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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참사 막을 '야광 석재 안전유도 안내판' 개발"
(스타트업리포트)안전을 돌에 새기다…이정명 '동아에이블' 대표
15년 조선업 근무 후 창업으로 제2 인생…"10년 내 IPO 목표"
2018-10-18 06:00:00 2018-10-18 0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2015 5월 설립된 스타트업 '동아에이블'은 석재에 라이프라인(2004년부터 우리나라 소방방재청과 소방서에서 쓰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의 안전유도표지)이 형성된 '야광 석재 안전유도 안내판'을 국내 최초로 제작한 업체다. 2016년 석재의 원하는 부위를 녹일 수 있는 화학용액을 개발한 데 이어 야광을 삽입해도 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뒤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라이프라인이 형성된 야광 석재 안내판'을 연구·개발(R&D) 과제로 신청했고 성공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조달청에 제품 등록을 마쳐 관공서,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동아에이블의 이정명 대표는 15년 동안 조선업에 몸을 담았다. 현장에서 용접 등 전문 기술을 지닌 숙련공으로 일했으며, 창업 전 마지막 직장에서는 관리 담당 부장으로 일했다. 마음 한편에는 창업에 대한 꿈이 늘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학창시절부터 아이디어의 사업화, 특허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했다.
 
야광 석재 안내판을 개발한 데는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가 영향을 미쳤다.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당시 비상구를 안내하는 유도표시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더 커졌던 점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세월호 참사 등 지속되는 대형사건 속에서 '안전유도 안내판'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불에 타지 않고 지속가능한 라이프라인 개발에 몰두했다. 동아에이블에 따르면 공공기관 특히 학교, 교육청 등에서 야광 석재 안내판을 활용한 대피훈련 수요가 많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는 홍보·마케팅, 자금 확보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창원대학교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는 등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했다. 홍보와 영업은 울산·대구·부산에 대리점 개념의 지점을 설립해 풀어가고 있다.
 
동아에이블은 현재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초기 창업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어려움을 의미)이라고 불리는 창업 3년차를 순조롭게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매출 25000만원에 이어 올해 예상 매출 10억원으로 성장했다. 내년에는 내수로만 2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미국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해외 쪽 시장도 적극 발굴하겠다"며 "10년 뒤 기업공개가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아에이블은 국내 최초로 석재에 파이프라인(안전유도표지)이 새겨진 '야광 석재 안전유도안내판'을 개발했다. 사진=동아에이블
 
동아에이블의 '야광 석재 안전유도안내판'을 이용하면 캄캄한 환경 등에서 대피훈련을 할 수 있다. 사진=동아에이블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편이다. 특허도 많다아이디어가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사업화해야 한다는 꿈이 가슴 속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기능성 축구 양말을 특허로 낸 적도 있다축구를 하다 보면 정강이 보호대가 땀 때문에 고정되지 않고 잘 흘러내린다. 그래서 이중으로 된 축구 양말을 개발했다안에는 쿨 토시그 위에는 보호대로 구성돼 정강이가 보호되면서 경기 도중 흘러내리지 않는 그런 양말이었다이외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았다현재는 특허 등록 4출원 3디자인 1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직장 생활은 어땠나.
조선 쪽에서 15년 동안 일했다초반에는 현장에서 다채로운 일을 했다밀링선반(밀링·목재 등을 기계적으로특히 톱 또는 기계대패로 가공하는 작업자격증이 있다용접 자격증도 많다창업 전 마지막 회사는 15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었는데관리직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무직도 경험했다. 
 
동아에이블은 무슨 뜻인가.
동아라는 홀딩스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능력 있는(에이블·able) 동아 그룹이 되겠다는 생각에 상호를 지었다석재를 녹여 조각해 그곳에 야광이나 색상을 넣어 만드는, 일종의 야광석재 안내판을 제작하는 회사다돌에는 원래 야광이 잘 들어가지 않아 여태껏 제품이 없었다야광을 넣어도 곧잘 떨어지기 때문이다돌은 물을 머금는다물을 머금으면 추운 겨울에 순간적으로 얼면 돌이 늘어나게 되고탄성계수가 달라져 야광이 떨어진다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 돌이 늘어나면 야광도 늘어나고, 돌이 줄어들면 야광도 줄어드는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창업 후 거둔 성과는.
2016년 석재의 원하는 부위를 녹일 수 있는 화학용액을 개발했다이어 야광을 삽입해도 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 R&D 과제로 신청한 '라이프라인이 형성된 야광 석재 안내판'이 성공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야광 석재 안내판은 지난달 조달청 등록이 완료됐다관공서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조달청 등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조달청에 등록하는 데 1년 이상 결렸다신기술이 많이 나오는데 기존 품목, 고유식별번호와는 맞지 않아 결국 일일이 다시 따야 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현재 성능 인정이 진행 중이다이외에도 야광길터널 입구 불이 들어오는 휴대폰 등으로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제품 등을 만든다약 2억 짜리 규모의 창업성장과제(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로 진행 중인 건 '고효율 반사도료'다작업복 등에 불이 비치면 형광으로 변하는데섬유와 스티커로는 개발이 됐지만 도료는 없었다처음에 일본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개발하다가 일본에서 너무 비싸게 판매 금액을 불러서 우리 시장성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한국에 있는 업체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동아에이블
사진=동아에이블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 사업은 대부분 공공기관을 핵심 타깃으로 한다처음 야광안내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였다사건 당시 전화기 등 모든 게 녹아내렸다불에 타지 않는 안내판을 돌로 만들어보자고 시도했다우리 제품은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공공기관공공 시설물에서 특히 필요하다.

창업 이후 가장 크게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데스 밸리'라고도 하는데 창업 3년차가 고비였다자금 문제가 가장 크다사업범위를 늘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CEO 역량이라고 생각한다사업을 축소시키지 않고 계속 개발을 해왔고그러다보니 자금이 많이 들어갔고 창업 3년차에 접어들자 자금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저는 엔지니어다처음에는 영업 부분이 어려웠는데 대리점을 설립을 하는 등 홍보를 하고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인프라를 갖춰 나가면서 지금은 잘 풀어나가고 있다.
 
이정명 동아에이블 대표. 사진=동아에이블
 
외부로부터 투자 받는 방법도 있다. 동아에이블의 경우는 어떤가. 
한 건설사로부터 20억원 투자를 제안받았다금액도 상당해서 처음에는 반색했지만 결국 그 돈은 우리 돈이 아니었다공장 설립인력 충원 등에 돈을 쓰는 데 제한이 따랐고추가 투자 등을 하면 지분이 창업자인 저보다 많아지게 생겼더라그래서 투자를 결국 고사했다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을 활용해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대리점 설립 후 관공서 홍보가 잘 이뤄지고 있고 수주도 많아지고 있다내년 매출 목표는 22억원인데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말레이시아몽골에서도 관심이 많아 미팅도 하고 있다지난해 글로벌 청년기업에 선정되면서 외국에 뿌려지는 한 잡지에 동아에이블이 소개됐다그러면서 외국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말레이시아 관공서 쪽에서 3차례 정도 국내에 들어와 이야기를 했다첫 수출은 말레이시아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울산·대구·부산에 대리점 개념의 지점이 있는데장기적으로 전국에 걸쳐 대리점을 두는 게 목표다관공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홍보가 중요하다사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개념으로 대리점을 늘릴 계획이다. 10년 안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대리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함께 상장까지 같이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창업하는 분들이 경험이 부족해서 2년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많이 본다스타트업은 매년 몇천명씩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남아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협업이 중요하다나홀로 창업보다 창업보육센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국가 과제를 받아서 R&D 자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창업보육센터 등에 있으면 창업 관련 교육, 인큐베이터를 받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과제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아이템을 사업화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국가 과제를 통하면 비용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개발 인증 등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손실이 적은 부분부터 도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자기 자본금이 들어가지 않는 아이디어 공모전아이디어 사업화 공모전 등 작은 출발을 추천한다창업선도대학국가 과제도 좋은 기회다창업 관련 기관에서 하는 창업교육, CEO 역량강화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실패할 확률을 조금씩 줄일 수 있을 것이다분명한 건 창업할 수 있는 기회는 엄청나게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정명 동아에이블 대표. 사진=동아에이블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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