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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동차·전자, 이란 수출 중단…미 경제제재 여파
자동차 및 부품 피해 심각…삼성전자·LG전자도 거래 전무
다음달 2차 제재 돌입…수출길 원천봉쇄
2018-10-25 18:06:55 2018-10-25 18:08:39
[뉴스토마토 채명석·김진양 기자]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한국의 대이란 수출이 사실상 중단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 및 쌍용차는 이란 수출길이 끊겼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현재 이란과의 거래가 전무하다. 8월7일 시행된 1차 제재의 여파가 이 정도인 만큼 다음 달로 예정된 2차 경제제재가 시행되면 한국은 당분간 이란과의 모든 거래를 끊어야 할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달 대이란 수출액은 1071만8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2.6% 급감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품목은 자동차 부품과 자동차다. 이들은 경제제재 이전에는 대이란 품목별 수출 1·3위를 차지했던 효자였다. 지난달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112만달러, 자동차는 4만1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7.7%, 99.7% 급감했다. 품목별 수출 순위도 22위, 83위로 추락했다. 1차 경제제재안에 ‘이란 내 자동차 생산에 기여하는 물품 및 용역에 대한 제재’라고 명기돼 있어,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반제품(CKD) 방식의 차량 수출도 불가능해졌다.
 
현대·기아차는 8월부터 대이란 수출을 중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제제재안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내린 조치”라면서 “다만 이란 철수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란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12월까지 10개월간 총 5만5816대의 자동차가 수입되었고, 현대차는 이 기간 1만2687대를 수출해 23%의 시장점유율로 프랑스 르노(2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기아차와 쌍용차도 상위권에 포진, 2016년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이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다른 업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이란 측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금을 받을 방법이 없다”면서 “상반기에 제한된 물량만 넘기고 지금은 (수출물량이)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가 파기된 지난 5월부터 이란 매출이 전무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제3국을 통해 이란으로 수출하던 물량도 중단돼 인근 국가들에 대한 매출도 전부 줄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조만간 이란법인을 지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앞선 관계자는 “이란하고 거래하다 미국에 걸리면 미국에서 사업을 못할 수 있는데, 그 리스크는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은 계약 직전까지 갔던 인프라 건설 건이 파기됐으며, CJ제일제당도 바이오 제품 수출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바이오 제품은 이란이 중동지역 최대 시장이다. 이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요청했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들도 미국 눈치에 어쩔 수 없이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대우도 지난달 이란으로 수출할 제품을 마지막으로 선적하고 거래를 중단했다. 회사 측은 “온갖 방법을 찾아봤지만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란을 넘어가면 영공 통과료가 발생하는데 이를 지불할 방법이 없어 오만으로 항로를 우회 운항 중이다.  
 
기업들은 내달 5일부터 이란에 대한 2차 경제제재가 발효되면 대이란 수출은 아예 중단되는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 제재 대상에는 항만, 해운·조선 관련 분야와 원유를 비롯해 석유화학 제품, 이란 금융기관 거래 등이 포함돼 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지난 11일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는 물론 사설환전소·유령회사·선적서류 위조·가상화폐를 통한 우회 거래 등을 모두 불법으로 권고했다. 사실상 이란을 향한 자금의 모든 통로가 막히게 된다. 
 
채명석·김진양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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