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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동향)박동욱호, 첫해 부진해도…남북경협 대박 상존
2018-11-12 06:00:00 2018-11-12 08:20:59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젊은 날의 고생은 인생의 성공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어내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인생뿐 아니라 어떤 직책을 처음 맡게 되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고식을 톡톡히 치러야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그 어떤 최고경영자보다 취임 첫해인 올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실적과 수주는 물론, 사건·사고까지 웃음 포인트를 찾아볼 수 없는 한해를 보내고 있다.
 
박 사장은 1962년 경상남도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99년 당시 계열사였던 현대자동차로 옮겨 근무하며 재경사업부장(전무)까지 지냈다. 이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자 2011년 4월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전무로 복귀해 이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랜 시간을 재무 전문가로 내부 살림을 관리하다 지난 1월 인사에서 현대건설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박 사장의 첫 번째 위기는 실적이다. 현대건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2810억원) 대비 15.33%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6773억원으로 전년 동기(7915억원)보다 14.4% 줄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 자리를 GS건설에 뺏긴 상황이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 성과에 비추면 씁쓸한 결과다. 여기에 미래 성장 동력인 수주액도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4조6000억원에 달했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6000억원 규모로 줄었고, 해외건설협회에 등록된 해외사업 수주액도 전년(21억5481만달러)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11억6421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실 업계에선 박 사장이 재무 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취임 초기부터 전통적인 수주 사업인 건설사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최고경영자의 영업 능력이 그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역량이라고 본다. 박 사장이 아무래도 재정분야 등 내부 살림만 맡아왔다는 점에서 영업 능력의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주로 건축사업본부에서 경력을 쌓아 7년간 현대건설을 이끈 전임 정수현 사장과 비교하기도 한다.
 
박 사장으로선 사실 전임 사장의 짐을 떠안은 억울함도 있겠다. 취임 초기 박 사장에 대한 주주총회 등 정식 임명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건설에 대한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가 진행됐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정기 세무조사가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여기에 재건축 수주와 관련해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골치거리다. 다만 박 사장 역시 조사를 받는 재건축 수주 당시 재무 담당 부사장이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박 사장이지만 대박 반전 기회가 있다. 문재인정부 핵심 사업인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현재 최대 수혜 건설사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과거 남북 경협 관련 사업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이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한반도에너지발전기구(KEDO)가 추진했던 북한 경수로사업에서 최대 지분(35%)으로 참여했고, 금강산 관광지구 조성과 개성공단 변전소 건설 등 약 71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북한에서 진행한 바 있다.
 
재무통인 박 사장은 '짠물관리'를 할 듯하지만 미래 투자에도 소홀하지 않다. 통상 재계에선 재무통 CEO가 회사를 맡으면 연구비부터 줄이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연구개발비는 삭감을 피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1.1%였던 연구개발비는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 대비 1.2%로 오히려 0.1%포인트 늘었다.
 
전반적인 건설업 경기는 정부 규제 영향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박 사장이 업황 침체속에도 실적 방어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사장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다.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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