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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로 활로찾는 제약업계)②추가 결실 가시화…기술격차 해소·정부 지원이 관건
국산 혁신신약 후보 줄줄이 대기…민·관 엇박자는 풀어야 할 '숙제'
2018-11-16 06:00:00 2018-11-16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그간 꾸준히 이어온 국내 제약업계 R&D 투자가 유한양행의 뒤를 이어 곧 결실을 맺을 태세다. 특히 최근 기존의 개량신약을 넘어선 혁신신약 성과들이 가시화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외 제약사와의 투자 규모 격차, 업계와 엇박자를 내는 정부 지원책 등은 여전한 걸림돌로 남아있다.
 
지난 2015년 국내 제약사 대형 기술수출 첫 테이프를 끊은 한미약품은 폐암 1차 치료제 '포지오티닙(2)'과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3)'을 개발 중이다. 특히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 수출한 포지오티닙의 경우 지난 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혁신치료제 지정 기대감에 주목받고 있다.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되면 2상 시험 결과만으로 우선심사 대상에 올라 신속한 허가가 가능해진다.
 
대웅제약은 항궤양제 신약 'DWP14012'의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 상태다. 지난 2월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 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되기도 한 DWP14012는 앞선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 대비 강력한 위산분비 억제 효과를 입증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근당이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은 연내 유럽 5개국에서 돌입하는 임상 2a상을 오는 2020년까지 완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미국 류마티스학회(ACR)에서 발표한 효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의 개발을 준비 중이다.
 
해당 치료제들은 모두 기존에 없던 혁신신약으로, 동일계열 약물이 존재하는 개량신약과 차별화된다. 개량신약의 경우 개발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경제적(개발기간 3~5, 투자비용 20~30억원)이다. 또한 비교적 안정적으로 효율적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성공 시 파급력은 아무래도 완전히 새로운 약인 혁신신약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산 혁신신약의 성과가 도출되면 대형 기술수출을 웃도는 이윤 창출은 물론, 세계무대에서 국내 제약사의 입지를 다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최근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대규모 기수수출로 국산신약 기대감에 불을 붙인 유한양행 역시 지난 20159개였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올해 24개까지 늘리며 제2의 레이저티닙 배출을 준비 중에 있다.
 
문제는 이같은 업계 분위기를 뒷받침할 만한 정부 지원책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마다 제약사들이 R&D 투자 규모를 늘리며 경쟁력 강화에 잰걸음을 내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글로벌 10대 제약사들은 R%D 투자에 718억달러(81조원)을 투자했다. 당시 1조원을 조금 넘긴 국내 10대 제약사 투자 규모의 70배가 넘는 금액이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국내시장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격차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가 총 30종에 이르는 신약을 배출해 냈지만 해당 의약품들이 혁신신약이 아닌 개량신약이라는 점은 이같은 투자규모 차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온전한 국산 혁신신약을 위한 적극적 정부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민·관이 좀처럼 합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제약산업의 국가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시행에 돌입했지만늘어난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체감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보건당국이 내놓은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 개정안'은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약사 신약의 약가를 우호적으로 책정해 국내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한미FTA 개정 협상 희생양이 되면서 오히려 국산 신약개발 의지를 꺾는 방향으로 수정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약가우대가 가능한 혁신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으로 기존 사회적 기여도가 빠지고 '미국 FDA 획기적 의약품 지정 또는 유럽의약품청(EMA) 신속심사 적용 대상'을 비롯한 다섯 가지 사안이 포함됐다. 업계는 무엇보다 국내 의약품정책 기준 충족을 위해 미국 또는 유럽의 허가를 전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개정안의 현실성이 부족해 사문화된 우대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 분위기다. 정부는 뒤늦게 남은 행정예고 기간 동안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장려를 포기는 물론 기업의 개발의지를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제도 본연의 취지인 R&D 투자 확대와 일자리창출,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성을 우선으로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개량신약을 넘어선 국산 혁신신약 성과들이 가시화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지만 해외 제약사와의 투자 규모 격차와 업계와 엇박자를 내는 정부 지원책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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