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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은 진보를, 폐쇄는 낙후를"…한·중 정재계 보아오포럼서 한 목소리
권오현 "IT 세계는 멈추면 죽는다" 혁신강조…최태원·정의선도 깜짝 등장해 스킨십
2018-11-20 17:42:04 2018-11-20 17:42:0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과 중국의 정재계 인사들이 아시아의 미래를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서울에서 처음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치킨 게임 양상을 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비롯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혁신'과 '개방'을 주창했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첫 번째 동북아 지역회의인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18(보아오 아시아포럼)'이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중국 보아오포럼이 주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주관했으며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를 주제로 진행됐다. 전일 세빛섬 플로팅 아일랜드에서 열린 환영 만찬으로 시작을 알린 보아오 아시아포럼은 이날 오전 3개 동시세션(▲글로벌 경제와 아시아 경제협력 ▲과학기술 혁신 ▲포용적 성장), 특별연설 오찬, 개막식, 플레너리 세션 순으로 이어졌다.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18'이 20일 신라호텔에서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를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플레너리 세션에 참석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 중칭링 우량예그룹 수출입회사 부사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최광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파울로 보르자따 암브로세띠 시니어파트너. 사진/전경련
 
행사에는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 리바오둥 보아오포럼아시아(BFA) 사무총장을 비롯, 왕융 중국 국무위원, 추궈홍 주한중국대사, 노영민 주중한국대사,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 한국과 중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다만 재계에서의 참석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4대 그룹 중에서는 이날 플레너리 세션에서 연설이 예정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최광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등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던 전경련과 얽히는 것이 여전히 껄끄러운 듯한 재계의 분위기가 반영됐다. 
 
이틀간 진행된 보아오 아시아포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개방과 혁신'이었다. 리바오둥 사무총장을 포함한 다수의 중국 연사들은 지난 4월 개최된 보아오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을 수 차례 반복하며 개방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시 주석은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고 폐쇄는 낙후를 가져온다. 혁신은 사회를 발전하는 동력이며 변혁을 배제하거나 혁신을 거절하면 시대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에 한국 측 참석자들도 동조했다. 반기문 이사장은 혁신에 대해 "경제 이론에서 말하는 성장 동력으로서만이 아니라 오늘날 아시아가 처한 경제적 현실에서 아시아의 더 큰 기적을 일궈나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는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을 재고해보고 대외환경 악화, 환경 파괴 등을 고려해 혁신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보아오포럼의 이사로 활동 중이기도 한 권오현 회장도 "아시아 국가들에 만연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환경, 사회 이슈의 근원적 성장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IT 세계는 '멈추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며 "과거의 인식을 버리고 새로운 인식의 전환과 계획 실천의 의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될 수록 아시아 국가간 개방형 혁신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에서 수혈하고 공유하는 혁신이 꼭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포럼은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구축 이후 냉랭해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대표로 참석한 왕융 국무위원은 이틀간 포럼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중국 고위 지도자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 국무위원은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포럼"이라며 "교류와 협력의 심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글로벌 경제와 아시아 경제협력'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 참석한 쩌우링 텐진 에너지그룹 회장도 "왕 국무위원의 참석은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깜짝 등장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조찬에, 정 수석부회장은 개막식 직전 티타임에 자리를 함께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제외하고는 국내 재계 인사들의 참석이 저조했던 터라 두 사람의 예기치 않은 방문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이 연결 고리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공식 세션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왕융 국무위원 등과의 회동을 통해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했다. "인사를 하기 위해 들른 것"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중국 사업의 돌파구가 필요한 두 그룹의 절박함이 엿보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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