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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외환위기 21년)외환·금융위기 거친 우리경제 다시 변곡점
2018년 현재 실업률 위험신호…정확한 진단 통한 처방 필요
2018-11-21 18:00:00 2018-11-21 18:00:00
[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1년 만에 우리 경제의 모습은 하강기로 꺾이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업률 등 최근 경제지표들은 외환위기 당시 상황과 사뭇 닮았다는 점에서 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1분기부터 2001년 1분기까지 미국보다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다가 이후 줄곧 낮은 실업률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3분기부터 다시 미국의 실업률을 역전했다. 21일 경제 전문가 등에 따르면 경제규모에서 차이가 큰 양국 간 실업률이 역전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실제 실업률을 연도별로 비교해보면 당시의 경제 상황을 유추해 볼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우리나라 실업률은 8.1%로 전년(2.4%)대비 3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경제 위기 징후가 없었던 미국의 실업률은 같은 기간 4.9%에서 4.5%로 낮아졌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 1997년 1~4분기 내내 2%대 중후반의 실업률을 기록했고, 미국은 우리보다 높은 4.6~5.2% 실업률을 보였다.
 
우리나라 경제는 IMF로부터 부족한 외환을 빌리고, 기업들은 중심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점차 안정을 찾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국보다 높아졌던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미국보다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고공성장을 지속하던 중 2008년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게 된다. 2000년대 말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파급돼 대규모의 금융 위기 사태를 발생시켰는데, 1929년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혼란을 초래했다. 미국의 실업률 지표를 보면 2006년 4.6%에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6%까지 두배 이상 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 기업 구조조정 등이 진행된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 실업률은 2006년 이후 0.2%포인트 증가해 2009년 3.7%로 소폭 올랐다. 당시 주변국가인 일본만 해도 2006년 4.1%에서 2009년 5.4%로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위기를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저금리 정책과 외화보유액 관리 방안, 경기부양책, 재정 지출 확대 등의 처방이 시장에 잘 흡수됐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관한 한국 투자액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이 작았던 배경도 있다.

외환위기 21년이 지난 2018년 우리 경제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했다. 최근 겪었던 금융위기 보다는 외환위기 당시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올 3분기 우리나라 실업률은 2015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4.0%를 기록했다. 특이한 건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6%를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상승추세라는 점이다. 일본만 봐도 실업률은 2009년 5.4%로 고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세계 실업률과는 다르게 우리만 상승하고 있다는 있는 것으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미국과 우리나라의 실업률 숫자가 역전됐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실업률이 낮았던 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여파가 이어진 2001년까지다. 금융위기 사태같은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과거 정부는 외환위기 2주 전만 해도 위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금 정부도 현 시점에서 경제가 어려운 것은 맞지만 위기는 아니라고 똑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런 만큼 정부가 현 경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 처방전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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