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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철강·정유화학 '먹구름'…반도체마저 '흐림'
2019 산업 기상도, 미중 무역분쟁에 불확실성 증대…전자부품만 낙관, 건설도 남북경협에 훈풍
2018-11-21 18:20:20 2018-11-21 18:20:2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내년 국내 제조업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자동차의 부진이 지속됨은 물론 철강과 정유화학도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수년간 수출을 주도하며 버팀목 역할을 훌륭히 해냈던 반도체 역시 일시적 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전자부품은 배터리, 적층세라믹콘텐서(MLCC) 등 부품 시황의 호조로 홀로 낙관적 전망을 전했다. 남북 경협이라는 호재를 만난 건설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를 타개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19년 산업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조선·기계, 자동차·자동차부품, 반도체, 전자·전기, 철강, 석유화학 등 6개 주력 제조업과 건설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내년 업황을 분석했다. 
 
 
전 산업의 부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중 무역분쟁이었다. 배상근 전경련 총괄전무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주력 산업들은 수출환경 악화, 글로벌 공급과잉 지속, 노사갈등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따른 관세 부과와 수출 물량 제한 가능성, 리콜 등 품질비용 증가세, 중국 시장 부진에 따른 장기 저성장 기조 지속 등 전방위적으로 업황 부진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처한 현황을 "monkey on the back"이란 말로 표현했다. 골칫거리가 도처에 산적해 있다는 것. 그는 "자동차는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프레임으로 설명이 불가하고, 더 이상의 르네상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성장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경쟁만 가중돼 할인폭을 키우고 이는 결국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자동차산업이 '뉴 모빌리티'라 불리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율주행차, 친환경자동차, 공유경제 등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을 쫓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기존 자동차 기업이 미래의 패권을 가져갈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 
 
철강과 정유화학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측됐다. 두 업종 모두 올해까지는 상황이 비교적 양호했지만 내년부터는 부진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철강은 미중 무역분쟁 여파 속 중국의 경기 둔화가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철강 규모는 산업별로는 건설·인프라 투자 등을 보면 되고 지역별로는 중국을 보면 된다"며 "내년도 중국의 철강 소비 증가율은 0%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중국 내수 위축에 따른 철강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이 경우 중국 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철강이 수출로 선회해, 국내 기업들에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정유화학의 내년 전망에 대해 "기저효과도 없고 휘발유 마진도 좋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전반적으로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2020년부터 시행 예정인 선박용 연료유 규제 'IMO 2020'이 친환경 고부가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를 키워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제시됐다. 
 
반도체도 초호황 국면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이지만 골은 깊지 않을 전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실물 지표보다는 심리 지표가 많이 꺾여있는 상황"이라며 "업황 개선을 위해서는 구매 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그 시점은 내년 1분기 이후"라고 내다봤다. 내년 2분기부터는 출하량과 재고량 사이클이 모두 저점을 찍고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공급과잉 국면이 우려되지만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 연구원은 "D램의 다운사이클 기간이 축소되고 있다"며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공급처들이 과도하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줄줄이 어두운 전망 속에서 전자부품만 분위기가 양호했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다른 산업에 비해 제한적인 데다, 전기차 배터리와 MLCC, 멀티플 카메라 모듈 등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프리미엄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TV와 백색가전도 전반적으로 긍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건설업도 훈풍이 예상됐다. 올 들어 급격히 완화된 한반도의 긴장 국면이 경협으로 이어질 경우 토목·건축 등의 영역에서 수혜가 기대됐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남북 경협은 어떻게든 진행될 것"이라며 "속도는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은 확고하다"고 확신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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