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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올림픽, 삼성에 달렸다?…정치권 문제 제기에 삼성 당혹
이러지도 저러리도, 복잡해진 머릿속…"후원은 후원대로 하고, 사실상 유치활동 하라는 것 아니냐"
2018-11-22 16:33:19 2018-11-22 16:33:19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정부가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추진을 논의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후원 연장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오는 2020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무선통신분야 최고등급 스폰서(TOP·The Olympic Partner) 후원계약이 돼 있다. 문제는 IOC와 후원 연장 여부를 결정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난데없이 정치권이 해당 문제를 들고 나온 데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자, 당내 남북문화체육협력특위 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앞으로 (남북공동) 올림픽 개최까지 여러 번의 골든타임을 거치게 되는데, 첫 번째 골든타임이 이번 주 삼성이 스폰서 계약을 연장할지 말지"라며 삼성의 후원 연장 여부를 남북 공동개최의 중요한 전제로 봤다. 안 의원은 "삼성이 1996년부터 해마다 1억달러씩을 IOC에 지원한 최대 메인 스폰서”라며 “그런데 삼성은 2020년까지만 협찬을 하겠다, 제가 알기로 이미 2016년도에 내부적인 방침을 굳혔다. IOC로서는 (삼성이라는) 최대의 물주를 잃을 수는 없는 것이고, 그래서 연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삼성이 후원을 연장해서 남북 공동개최에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인지를 묻자,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을 앞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이는 전적으로 삼성이 판단할 몫"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2014년 8월 17일 중국 난징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올림픽 후원 계약식에서 계약서에 사인한 뒤 삼성 태블릿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접한 삼성전자는 내심 당혹감이 커졌다. 삼성전자 측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 부회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 경제인 명단에 포함, 평양을 다녀온 상황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하계올림픽을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사정과 함께, 이 부회장의 상고심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직면한 난제들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기대를 저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동시에 후원은 물론 유치활동도 도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후원은 후원대로 하고, 사실상 유치활동도 하라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삼성은 앞서 이건희 회장에 대한 원포인트 사면 이후 사면의 명분이 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사적으로 뛰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삼성이 유치 과정에서 IOC 위원들을 상대로 돈을 건네는 등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마케팅 효과보다는 '코리아'라는 국격을 위해 올림픽을 후원했다"고 하지만, 2016년 리우올림픽 참패에서 보듯 과거처럼 흥행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액을 계속해서 후원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측면도 제기된다. 1976년부터 40년 넘게 올림픽을 후원했던 맥도널드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공식 스폰서 계약을 해지한 것도 같은 이유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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