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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독립 포스코)원료 찾아 47년…유한자원 한계 도전한다
포스코 해외 원료개발 (상)
2018-11-26 14:00:00 2018-11-26 21:53:1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꿈의 원료 자급률 70%를 달성하라.”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철강업체 포스코에게 주어진 명제다.
 
세계 철강산업의 큰 흐름을 놓고 봤을 때, 20세기 산업화 시대를 지배했던 철강 국가는 미국과 독일, 일본을 들 수 있다. 미국은 20세기 초 출현한 US스틸이 광산부터 철강 제조와 가공 및 유통까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조종하는 수직적으로 통합된 거대 조직이자, 국영 기업으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유지하면서 산업을 선도했다. US스틸의 비즈니스 모델은 독일, 일본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에서 설립된 철강회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US스틸 체제를 받아들였지만 독일과 일본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독일은 미국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 단일 기업이 시장을 지배했다. 일본은 철강산업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성장했지만, 미국과 독일에 비해 뼈아픈 취약점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일본 내에서 철강 생산에 사용되는 부존자원이 전무 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러한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발상을 성공시켰다. 순 산소 제강로나 연속주조 같은 신기술을 개발·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무역상사들이 일찌감치 해외로 나가 자원부국에 투자해 원료를 확보해 국내로 공급했고, 철강업체들은 원료 운송비와 제품 제조비를 최소화 하기 위해 그동안 광산 지역에 지었던 제철소를 해안 지역 가까이에 건설하는 묘수를 발휘했다. 경쟁사들보다 높은 원료비 부담을 고기술·저비용 생산 시스템으로 상쇄하고,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춰 가격을 더 떨어뜨리는 혁신을 일으켰다. 포스코는 3국의 사례를 참고해, 미국의 US스틸과 같은 과점 형태의 대형 철강업체 모델로서 정부로부터 투자비를 받지만 독일과 같은 민간기업 체제로 설립됐으며, 생산과 원료 확보 방안은 일본의 사례를 받아들였다.
 
서호주 필바라 지역에 소재한 로이 힐 광산에서 굴삭기가 철광석을 채굴해 리지드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채명석 기자
 
철강산업과 원료확보의 중요성
 
철이 인류문명의 시작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는 현재까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꺼내든 첫 번째 카드가 ‘철강 수입관세 인상’인 것만 보더라도 철강산업은 해당 국가 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철강 생산공정은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용광로(고로)에 넣어 액체 상태의 쇳물을 뽑아내는 ‘제선’, 만들어진 쇳물에서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쇳물을 커다란 슬래브 형태로 뽑아낸 후 높은 압력을 가하는 ‘압연’의 세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와 같이 철광석에서 최종제품인 강판까지 생산하는 공정을 ‘일관제철공정’이라고 한다.
 
일관제철공정에서 철강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용광로의 쇳물을 생산할 때 사용되는 주원료는 철광석이며, 그 철광석을 녹이기 위한 주연료는 석탄이다. 통상 쇳물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5~1.6톤의 철광석과 0.7~0.8톤의 석탄이 필요하다. 또한 용광로에서 뽑아낸 쇳물을 이용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려면 니켈, 망간, 크롬 등 많은 제강원료(부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하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들은 이러한 철강원료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의 철강사들은 원가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원료수급을 위해 양질의 원료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이는 철강원료가 제품 품질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철강 제조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산업특성상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와 원가경쟁력이 제품의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원을 보유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주요 광물을 전략자원으로 분류하고 있어 외국 기업의 광산 투자 기회가 상당히 제한됨에 따라 성공적인 광산 투자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원료 및 광산 투자는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며 수익창출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시황변동에 대한 리스크가 상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철강사 난립, 자원 메이저에 주도권 뺏겨
 
1980년대 들어서면서 철강 생산량이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가운데 독일, 일본에 이어 제3국 철강업체들이 득세하고, 미니 밀 등 신기술 철강사들이 출현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했던 미국 철강업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 그 여파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1995년 이후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철강 공급 부족 현상에 직면했다. 뒤늦게 산업화를 꽃피운 양대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 의 엄청난 철강 수요 때문이었다. 두 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러시아 등까지 철강산업에 뛰어들면서 철강업계는 또 다시 설비 확장이 재개됐고, 한편으로는 글로벌 기업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대까지 겹치면서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하지만, 철강산업의 합종연횡 속에서 진짜 승자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원료 공급사들이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건설된 새로운 제철소의 상당수는 탄광을 보유하지 않은 즉, 원료를 외부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제철소들이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원료를 파는 기업들이 철강시장 패권을 잡았다. 실제로 철강원료 시장은 글로벌 메이저 시장이 독식하고 있다.
 
석탄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연간 생산량 10억9000만톤 가운데 56%를 차지했으며, 호주(15%), 러시아(8%), 미국(5%), 인도(5%), 캐나다(3%) 순이었다. 이 기간 석탄의 수출은 3억4000만톤이었는데 호주(54%), 미국(14%), 러시아(10%), 캐나다(8%)가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수입(3억4000만톤)은 중국이 24%, 일본 19%, 유럽 19%, 인도 15%, 한국 12%의 순이었다.
 
철광석은 지난해 22억3000만톤이 생산됐으며, 이 가운데 호주(39%)와 브라질(20%)이 59%를 차지했다. 중국(9%), 인도(7%)가 뒤를 이었다. 철광석 수출(15억9000만톤)은 호주(54%)와 브라질(24%) 비중이 78%에 달했다. 수입(15억4000만톤)은 중국이 70%를 싹쓸이했고, 일본 8%, 한국 5%의 순이었다.
 
석탄도 마찬가지지만, 철광석의 안정적인 수급은 철강업체의 존폐를 가늠한다. 하지만 중국이 약진을 거듭하면서 국제시장에서 철광석 사재기에 들어가자 지난 2010년 직전에는 철광석 국제 시세가 톤당 190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가 지속됐다. 질 높은 고품위 철광석은 그나마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는데, 이들 철광석은 3대 메이저라 불리는 호주 BHP빌리턴, 리오틴토와 브라질 발레가 세계 공급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3대 메이저들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계약 조건을 기존 연간에서 분기별로 바꾸고 가격을 80~100% 인상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
 
철강업체들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됐고, 포스코도 ‘자원독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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