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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독립 포스코)꿈의 자급률 70% 머지 않았다
포스코 해외 원료개발 (하)
2018-11-26 14:00:00 2018-11-26 14: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스코는 창사 이래 안정적인 원료수급을 통해 철강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원 불모지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포항제철소 가동전인 1971년부터 해외 원료확보에 나섰다.
 
1971년 들어 포항제철소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제철소 완성 후 조업에 필요한 철광석과 원료탄 확보 문제가 대두됐다. 포항제철소 1용광로가 정상 가동되면 연간 150만톤의 철광석과 80만톤의 유연탄이 소요되는데 국내 철광석 생산량은 미미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저품위였으며 유연탄은 전혀 생산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일본 종합무역상사를 뒤로하고 인도, 호주 등지에서 직접 원료를 구매키로 방침을 정한 뒤 설립자인 박태준 당시 사장이 직접 나서 1971년 7월 호주로 가 세계적인 철광석 및 원료탄 공급사인 해머슬리(Hamersley Iron Pty Ltd.), 벨람비(Bellambi Coal Co., Ltd.)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당시 한국의 국제 신용도는 매우 낮았고, 그들을 설득할 자료라고는 제철소 부지에 영어로 제선공장(Iron Making Plant), 제강공장(Steel Making Plant), 열연공장(Hot Strip Mill)이라고 큼직하게 쓴 표지판을 세운 사진이 전부였다.
 
당연히 원료공급사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며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박태준 사장은 해머슬리와 마지막 담판에서 “포항제철은 한국정부가 보장하는 국영기업으로 귀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손해배상 각서를 쓰겠다”며 대안을 제시하고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집요하게 설득해 마침내 해머슬리, 벨람비로부터 소량을 구매함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동일한 조건으로 원료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직접 개발로 전환, 세계로 나가다
 
제철소가 안정적으로 조업될 때까지 기존 탄광업체들에게서 원료를 공급받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던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체들과 같이 광산부터 철강 제조와 가공 및 유통까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조종하는 수직통합 체제를 갖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광산을 보유(또는 지분 투자)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조달하는 것만큼 철강업체에게 중요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는 해외 원료개발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 시작은 1981년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 헌터밸리에 소재한 마운트솔리(Mt. Thorley) 석탄광산 지분인수였다. 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회사는 현지에 POSA(POSCO Australia Pty Ltd.,)를 설립했다.
 
또한 포스코는 세계 메이저 철강사들과 마찬가지로 원료가격의 변동 주기에 따라 맞춤형 원료개발 투자전략을 추진해왔다. 2002년까지 지속된 ‘원료가격 안정기’에는 대형 원료 공급사들과 대부분 장기계약을 통해 원료를 구매했다.
 
이후 원료급등기인 2003년 ~ 2011년에는 중국 철강산업의 급속한 팽창으로 원료수요가 크게 확대되었다. 하지만 대형 원료공급사들의 인수·합병(M&A)에 따른 과점화로 원료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전세계 철강사들은 원료비 헷지와 안정적 원료 확보를 위해 글로벌 광산개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포스코 역시 이 시기에 원료 자급률 향상을 주요한 경영지표로 삼고 본격적으로 투자활동을 전개했다.
 
2012년부터 중국발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유가하락으로 원료시황이 하향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철강사들은 일제히 ‘투자조정기’에 들어갔다.
 
이 시기부터 포스코는 캐나다 AMMC 철광석 광산과 같은 우량 매물자산에 대해 선별적 검토를 통해 투자를 추진했으며, 기존 투자사업 내실화에 집중하면서 사업별 최적의 구조조정 방안을 도출하는 스마트 엑시트(Smart Exit)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총 32건 투자 진행, 성공사례 다수
 
포스코는 2018년 상반기까지 총 32건의 원료개발 투자를 진행했다. 원료별로는 철광석6건, 석탄 9건, 제강원료 4건, 스테인리스 4건이며, 지역별로는 호주 7건, 브라질 3건, 캐나다 3건, 미국 2건, 인도네시아1건, 아프리카 4건, 뉴칼레도니아 1건, 인도 1건, 한국 1건이다.
 
포스코 해외자원개발 성공 사례. 그래프/포스코
 
주요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캐나다 AMMC 철광석 광산’은 포스코가 2013년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 합작해 투자했다. 캐나다 광산 투자는 호주 철광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실시했다. 지분에 해당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광산투자를 통해 원료비를 헷지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호주 포스맥(POSMAC) 철광석 광산’은 2002년 BHP 빌리턴과 공동 투자했다. 포스맥은 당시 철강사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던 양질의 적철광 계열 철광석이 아닌 마라맘바광 계열의 철광석 광산이다. 마라맘바광은 기존 적철광보다 품위는 다소 떨어지지만 포스코는 저품위 철광석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초기 자본투자가 적고 용이한 이 지역의 광산개발에 적극 참여해왔다. 포스코는 안정적인 원료확보를 위한 확고한 원료전략으로, 신규 철광석에 대한 시범사용의 리스크를 안고 포스맥광산 투자를 실행했다.
 
마라맘바광을 직접 국내로 들여와 실제 용광로에 넣고 쇳물을 뽑아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안정적인 쇳물생산 조업기술을 축적했다. 현재 포스맥 광산에서 생산하는 마라맘바광은 제철산업에서 대중적으로 판매, 사용되고 있다. 포스맥은 포스코가 해외 원료 개발투자의 ‘선순환 싸이클’을 구축하는 발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02년 포스코의 투자 결정 이후, 2000년대 중반 중국 철강산업의 고속 성장으로 철광석 가격은 최정점을 기록했으며, 포스맥은 현재까지 엄청난 투자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누계 수익율은 216%로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은 12억호주달러(약 9823억원)에 달한다. 포스코는 포스맥 광산 투자 회수금액을 해외 광산 및 자원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체제를 구축했다.
 
‘브라질 코브라스코(KOBRASCO) 철광석 광산’은 광양 5용광료 조업용 펠릿(Pellet, 철광석의 한 종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995년 7월 브라질 현지 국영 철광석 공급사인 CVRD(현 발레)와 합작계약을 체결해 진행했다. 1996년 3월 현지 합작법인 코브라스코를 설립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세계 펠릿 시장의 수요 증가와 철광석 시장의 과점화에 대응해 안정적인 철광석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캐나다 그린힐스(Greenhills) 석탄 광산’은 포스코가 강점탄 공급원의 다변화를 위해 1982년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주 동남부에 위치한 그린힐스 탄광 개발에 지분 20%를 투자한 것이다. 연간 500만톤의 고품위 강점탄을 생산하는 그린힐스 광산은 합작계약을 체결한 이래 36여년간 회사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원료탄 공급에 기여해 왔다.
 
‘브라질 CBMM 페로니오븀 광산’은 고급강 생산능력 확대에 따라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페로니오븀(고급강 제조에 필요한 제강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2011년 4월 브라질 CBMM의 지분 5%를 국민연금과 5대5 비율로 인수했다. 현재 이 사업은 페로니오븀 광산 선점에 따른 높은 시장점유율로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다.
 
원료 자급률 46% 성과, 우량자산 투자 지속
 
포스코는 적극적인 해외 원료개발투자 노력 결과, 투자비 회수율은 87%, 원료 자급률 46%를 확보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철광석 자급률(신 원료개발투자비율)을 59%까지 끌어올렸고, 현재 20% 수준인 석탄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다.
 
원료 메이저의 과점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원료 자급률 확보는 중요하다.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한국과 일본 철강업체들이 협상 때마다 굴욕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던 반면,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자체 원료 사용 비율이 70%대에 달해 3대 광산업체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했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도 직접적인 원료 자급률 목표를 제시하진 않았으나 최소한 70% 내외로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진정한 자원독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허진석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수석연구위원은 “캡티브 마인에 대한 중요성은 원료의 안정적인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면서 “자원 가격이 오를 경우에는 보유 광산회사의 자산이 증가, 결국 회사의 이익 증대로 이어져 원료 구매비용을 헤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효과에 따른 이익은 철강회사를 넘어 국내 산업계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돌아간다는 분석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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