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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수소강국’을 향한 1보 전진
2018-11-28 06:00:00 2018-11-28 06:00:00
지구상 기체 가운데 수소는 0.00005%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산소와 함께 지구에 풍부한 물을 구성한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것도 수소 핵융합에 의한 것이다. 때문에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값싸고 무한한 ‘신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태양빛이 값싸고 누구에게나 공평하듯이,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지 않다. 어느 나라든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할 의지와 능력만 갖추면, 그 나라가 곧 수소에너지의 주인이다. 게다가 미세먼지 오염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고 한다. 
 
이렇게 공평하고 은혜로운 ‘신의 에너지’ 수소가 한국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울산의 버스노선에 수소버스가 들어간 데 이어 이달 21일부터 서울에도 수소버스 1대가 투입됐다. 내년에는 광주, 창원, 아산, 서산에서도 모두 30대의 수소버스가 달리게 된다. 2022년까지 전국에 1000대의 수소버스가 보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차, 덕양 등 13개 기업이 수소충전소 구축을 맡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키로 했다. 이 법인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100개의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소강국’을 위한 1보 전진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업계는 우리나라의 수소차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이라고 자평해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번 수소버스 투입이 "수소차 기술력을 세계에 자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스위스와 수소버스 1000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 국빈 방문 중 파리에서 현대차가 공급한 수소전기차 택시를 직접 타보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수소차 실력에 대한 자랑은 허언이 아니다. 한국은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함께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수소강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소차 확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게걸음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한몫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수소차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특정 업체에 대한 편중지원이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수소차 지원은 사실상 현대차 지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수소차 기술력을 갖고 있는 곳은 현대차와 일본의 토요타를 비롯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도 현대차는 독보적임이 분명하다. 만약 현대차의 실력이 낮다면 몰라도 이미 최고 경지에 올랐으니 특혜라는 비난이 제기될 여지는 크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소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가 빠지고 시가총액도 뚝 떨어졌다. 협력업체들은 보릿고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실업자도 계속 늘어난다. 뭔가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럴 때 정부가 수소차 확산을 돕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오디세우스에게 ‘복사뼈가 예쁜’ 레우코테아 여신이 나타나 물에 뜨게 하는 ‘불멸의 머릿수건’을 건네줄 때처럼 말이다. 
 
머릿수건 건네주는 역할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맡았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혁신성장본부를 기획재정부에 설치한 후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1차적 대상이 된 것도 바로 수소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다. 6월에 열린 제1차 혁신성장 경제장관회의에서는 2022년까지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하고, 충전소도 310개 설치하겠다는 등 ‘의욕적’인 목표를 내놨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마지못해 나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를테면 경찰차를 수소차로 교체하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제안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 아직 없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에서도 수소차 보급비 810억원, 충전소 설치 지원비 75억원이 책정됐을 뿐이다. 의욕을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보급 예산이 1123억7200만원으로 늘어났다. 충전소 예산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의 결과 100억원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예산도 사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자세로는 수소차 보급도, 혁신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과감한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그간 부족했던 수소충전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공언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오늘날 IT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김대중정부 시절 IT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수소강국’으로 도약할 절호의 시기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앞장서야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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