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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아파트 하자, 보수만 해주면 된다고?
2018-11-30 06:00:00 2018-11-30 06:00:0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지난 8월 건설업계에서 아파트 하자 논란이 크게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GS건설이 경북 포항시에 처음으로 짓는 '포항자이' 아파트에서 하자 논란이 번지면서 업계에서 큰 이슈가 됐다. 건설 부동산 출입 이후 처음 겪은 하자 논란이었다. 그 이후 아파트 하자 논란은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했다. 건물 균열, 침하, 누수, 하수구 배관 등 하자도 여러 가지였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 아파트 하자 논란은 으레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런 느낌을 가진 것은 부실시공 논란을 취재하다 여러 취재원들의 말을 듣고 나서다. 건설업 관계자들은 대부분 "하자 문제는 사실 어느 현장에서나 다 발견된다. 아파트 등 건물을 완벽하게 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자가 발생하면 보수를 해주면 된다. 안전상 위협이 되는 중대한 부실시공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특정 아파트의 하자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을 경우엔 입주민들이 하자를 이슈화시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자 문제를 덮어놓고 용인해주는 게 당연한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특히 어느 아파트나 하자가 발생하고, 보수를 해주면 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더욱 그렇다. 아파트 하자에 대한 여러 제보 사진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시켜봤기 때문이다. '저 집이 만약 내가 수억원을 들여 산 새집이라면….' 그때부터 상황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하자, 즉 새로운 물건에 '흠'이 생기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새 제품을 제값 주고 샀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파트는 흠이 생겼다고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하지 못한다. 다만 보수를 요구할 뿐이다.
 
아파트라는 제품의 '특성'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20대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잡부로 일도 해봤다. 다른 제품처럼 건물을 정교하게 짓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자 발생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는 현상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하자 비율을 줄일 수 있다. 하자 발생을 당연시하면 하자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자가 발생해 보수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되는 것보다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게 건설사에 더 좋은 거 아니겠는가.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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