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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대법원 두 번째 무죄 판결
"소수자에 대한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
2018-11-29 15:56:59 2018-11-29 15:56:5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대법원이 종교적·양심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기피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지난 1일 전원합의체가 불가벌성을 인정한 뒤 소부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되므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라는 구성요건 해당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견해를 변경했다"면서 "이와 상반되는 원심판결은 결과적으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서씨는 2014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그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하지 않았고, 양심적 병역거부는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이나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입영기피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인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면서 "대법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처벌의 예외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도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정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다"면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 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서씨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헌법적 법익을 위해 헌법에 따라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2013년 7월에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않은 혐의로 기소된 오승헌씨 상고심에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병역법에서 처벌의 예외 사유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면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의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들에 대해서도 이같은 판단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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