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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다시 안갯속으로
‘임단협 유예’ 막혀 조건부 의결 뒤 현대차에 공넘겨
현대차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실상 거부
2018-12-05 19:48:03 2018-12-05 19:48:03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 공장 사업이 또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항 여부를 놓고 노사민정협의회가 조항을 빼고 재협상하라는 조건부 의결을 내리자, 현대차가 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 최종 타결 가능성이 또 다시 멀어졌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5일 오후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2018년 하반기 본회의를 개최해 핵심 투자자인 현대차와의 잠정 합의안 안건을 논의했으나 최대 걸림돌이었던 ‘5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 유예’ 조항 적용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재협상’을 조건으로 의결했다.
 
5일 광주 노사민정 회의에는 전체위원 28명 가운데 22명이 참석했다. 노사민정협의회는 투자자인 광주시와 현대차 간에 체결된 최종 협약서의 중요 부분인 ▲노사 상생 발전 협정서 ▲적정 임금 관련 부속협정서 ▲광주시 지원 공동복지 프로그램 등 3가지가 안건으로 상정됐다. 심의 결과 협의회는 논란이 됐던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법 위반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조항에 대한 현대차와의 재협상을 전제로 3가지 안건을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조건부 의결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왼쪽)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 등 참석자들이 5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광주형일자리 제4기 노사민정협의회 2018년 하반기 본회의’에서 협정서 결의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애초 잠정 협약서에는 광주 완성차 공장이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유예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항이 노사 상생발전 협약서 제1조 2항으로 포함됐다. 노동계는 현대차가 연간 7만대의 생산판매를 보증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5년간 임단협을 유예하자는 우회적 표현으로 해석했다.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 논의 및 협상과정에서 임단협 유예 조항이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해왔다. 현행 노동법과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란 법률(근참법)을 모두 어길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임단협이 유예되면 임금은 5년간 동결될 수밖에 없고, 노동조합 설립도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 근참법 12조에는 ‘노사협의회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임단협은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진다.
 
이 조항은 지난 10월31일 시와 노동계가 합의한 수정협상안에서 제외됐다가 이달 4일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포함되어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5일 오전에 예정된 노사민정협의회 본회의에 노동계 인사 9명이 불참, 오후 3시로 연기됐다. 광주시는 노동계 인사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광주 지역 노동계 좌장으로 불리는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 등을 참석시켜 회의가 진행됐으나,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이날 조건부 의결에 따라 광주시 협상단은 수정안을 토대로 현대차와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본회의 후 광주시는 3가지 안을 긴급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1안은 1조 2항을 통째로 삭제하는 안이고, 2안은 상생협의회는 근참법상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하되,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고려해 결정하는 방안이다. 마지막 3안은 각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는 근참법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하되 결정사항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토록 한다는 방안이다. 3안은 현대차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시 협상단은 이날 수정안을 토대로 현대차와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광주시가 노사민정 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사실상 재협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현대차에 약속한 안을 노사민정을 통해 변경시키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의결사항 수정안 3안’이 ‘현대차 당초 제안’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 6월 투자 검토 의향의 전제조건으로 광주시가 스스로 제기한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의 주요내용들이 수정된 바 있고, 이번에도 전권을 위임 받은 광주시와의 협의 내용이 또다시 수정, 후퇴하는 등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절차상의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광주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여 투자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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