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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 한 달)일상으로 돌아왔지만…"대안 없어 불안"
아직 원인 못 밝혀…상인들은 집단 소송 준비
2018-12-20 06:00:00 2018-12-20 06:00:00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됐다. 화재가 일어난 지난달 24일 피해지역은 인터넷과 전화, 카드결제가 먹통이 됐다. 그야말로 일상이 멈췄다. 통신이 얼마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 전체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KT뿐만 아니라 정부, 국회까지 나섰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배경사진/뉴시스
"이제 카드결제는 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질까 걱정이에요.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안합니다" 
 
KT 아현지사 화재가 일어난 지 약 한 달이 된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의 얼굴은 어두웠다. 지난달 24일 화재 이후 KT 통신이 먹통이 돼 사흘간 카드결제가 되지 않았다. 급하게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는 자녀의 계좌를 카운터에 써 붙였다. '카드결제 안됩니다. 아래 계좌로 이체해주시거나 현금결제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하지만 주문을 하지 않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요즘 누가 현금 들고 다니겠어요? 스마트폰으로 바로 계좌이체가 가능한 분들도 생각만큼 많지 않더라고요"
 
한 달 전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는 그다. 토요일 오후 장사를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던 그날 오전에갑자기 인터넷(IP)TV 화면이 멈췄다. TV를 몇 번이고 껐다 켰지만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PC를 봤더니 인터넷도 먹통이었다. 인터넷 전화까지 멈추면서 가게의 통신이 마비됐다. 방문 손님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전화로 배달 주문도 받지 못했다. 
 
이젠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문구를 떼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하다.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화와 인터넷을 다른 통신사로 바꿀까 고민도 했지만 다른 곳도 불안한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통신사나 정부가 다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이후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우선 케이블이 스스로 발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화재로 타버린 광케이블은 유리섬유에 고무 피복을 입혀 만들었다. 전기 신호를 광선 신호로 바꿔 데이터를 전송한다. 광케이블 내부에 흐르는 물질이 전기가 아닌 광선이므로 스스로 발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외부의 발화 가능성이 있지만  화재 발생 당일 KT 아현지사에는 외부인의 출입기록과 누군가 무단으로 침입한 흔적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달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화재현장 감정결과를 받아 분석 중이다.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이후 한 달간 바삐 움직였다. 황창규 KT 회장은 사고 당일 오후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이후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복구 작업 중인 직원들을 격려했다. KT는 사고 하루 만인 25일 피해를 입은 유·무선 가입자들에게 1개월의 요금을 감면해준다는 1차 보상방안을 내놨다. 또 피해를 입은 서울 중구·서대문구·용산구·마포구·은평구와 고양시 일부 지역의 자영업자들에게 무선 LTE라우터와 무선 결제기를 공급했다. 29일에는 복구가 늦어진 동케이블 기반의 인터넷 가입자에게 3개월, 일반전화 가입자는 6개월간 요금을 감면한다는 추가 보상 방안도 발표했다. KT는 피해 지역의 자영업자들을 대상을 피해 상황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확인 후 적절한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7일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TF에는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소방청·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CJ헬로 등이 참여했다. TF는 제도개선과 실태조사 2개 팀으로 나뉘어져 활동 중이다. 피해복구와 제도개선을 전담하는 자율팀도 TF와  별도로 구성됐다. TF가 회의를 거쳐 피해복구와 제도개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내면 자율팀이 이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또 과기정통부는 이달 3일부터 통신사업자들의 통신시설 관리실태를 특별 점검 중이다. A~C급인 중요 통신시설과 KT 아현지사가 포함된 D급 통신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달 7일 KT 아현지사 현장을 방문해 피해 복구상황에 대해 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지난달 현장을 방문하고 전체회의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은 KT의 보상방안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KT 불통사태 피해 상인 대책위원회는 KT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대책위는 KT가 위로금이 아닌 실질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 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소송에 나서겠다고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약 150명이다. 위원회는 각 피해자들로부터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취합 중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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