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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 한 달)KT 먹통되면 SKB·LGU+ 망으로…통신사간 협업 필수
필수설비 공동활용으로 우회회선 만들어야
미·일 필수설비 시장 개방에 적극…정부 이용대가 재산정 추진
2018-12-20 06:00:00 2018-12-20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 아현구 통신구 화재로 인한 대란 이후 통신사간 협업체계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예기치 않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말단에서 타 사업자로의 우회회선을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KT가 독점하고 있는 통신 필수설비 중 하나인 관로(유선케이블을 깔 수 있는 관)를 공동활용 하자는 얘기다. 
 
KT는 현재 국내 전체 관로의 72.5%를 보유하고 있다. 건물 근처 맨홀부터 해당 건물까지 이어져 실질적으로 유선 서비스 제공 여부를 좌우하는 가입자에게 연결된 관로(인입관로)도 포함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13.4%, LG유플러스는 9.6%에 불과하다. KT가 한국통신 시절부터 구축한 뒤 운영한 영향이다. 
 
이번 화재로 피해가 컸던 마포구 일대는 구도심 지역에 속해 KT 관로가 깔려있는 상가들이 많았다. 큰 도로까지는 타 사업자의 인터넷 회선이 함께 들어오지만 골목 케이블을 연결하는 인입관로는 KT 소유가 대부분이다. 
 
인입관로를 구축하지 못한 사업자는 아무리 건물 근처까지 케이블을 깔아도 건물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기존 인입관로를 이용대가를 내고 빌려 써야 한다. 비 KT사업자들은 인입관로 이용대가를 낮춰 필수 설비 공동활용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1만9000원 수준인데, 인입관로 이용대가는 현재 2만5000원"이라며 "KT 관로가 깔린 지역주민들은 타 사업자 유선망으로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없어 KT의 통신망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가격선에서 필수 설비를 공동활용해 회선을 우회할 수 있는 출구를 미리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고객 서비스 비용 관점에서도 필수 설비 공동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대해 KT는 이번 사고와 같은 피해를 막으려면 적정한 이용대가 산정을 통해 안전설비를 확대하는 등 사업자들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경사진/뉴시스
 
이미 해외에서는 통신 필수설비 시장을 조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1934년 통신법에 설비제공 기본 규정을 마련하고 전봇대(전주), 관로 등을 필수 설비 범주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모든 유선통신 필수설비를 이동통신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필수설비 활용도를 높이고 5G 설비 경쟁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도 총무성 주도로 유선 인터넷 필수설비 공동활용을 전개하고 있다. 2015년말 업데이트된 공익사업자의 전주·관로 등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NTT그룹 인터넷 사업자인 NTT동서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관로, 전주 등을 제공하도록 했다.
 
정부도 2003년부터 관로를 포함한 필수설비 공동활용제도를 운용해왔다. 필수설비 의무 제공자인 KT가 관로, 전주 등 필수설비를 독점하지 못하고, 경쟁사가 요구하면 개방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필수설비 이용대가에 대한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공동활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이동통신사와 인터넷 업체들이 통신설비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설비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필수설비 공동활용 활성화를 위한 이용대가 재산정 등도 현재 추진 중이다. 
 
학계에서도 필수설비 공동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교수는 "사업자가 통신망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도록 지하에 거점 중심의 설비를 구축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초기비용은 많이 들 수 있지만 애초에 관리등급을 높여 CCTV·화재감지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통신시설 관리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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