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금융권 10대 뉴스)미 금리인상에 긴장한 한해… 가계부채·자영업 달래며 금융안정 '초점'
2018-12-28 08:00:00 2018-12-28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해 금융권은 대내외 이슈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대외적으로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부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당국의 금융정책이 금융시스템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 서민과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금융의 역할이 꾸준히 강조되면서 금융사들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지속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은산분리(산업자본과 은행 분리) 규제 완화라는 혁신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암호화폐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가 식어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법정 최고금리 24%로 인하…20%까지 인하 방침
 
정부는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월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했다. 금융사들은 신규 대출자의 금리를 책정할때 24%를 넘으면 안된다.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여당의원은 이미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는 방안과 '일몰 규정' 대신에 상시화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이 감내할 수 없는 과도한 금리인하가 오히려 서민금융의 축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범부처 보완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현안조정회의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냉온탕 오고간 '암호화폐'…멈춰선 입법·답 없는 정부
 
작년 연말부터 올 초까지 암호화폐 열풍이 우리나라에 불어닥쳤다. 김치 프리미엄 등으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정부는 강경한 규제로 대응했다. 암호화폐 거래에 필요한 계좌발급 조건을 강화했고 은행들에는 실명확인 시스템 도입을 포함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기업공개(IPO)처럼 기업이 신규 암호화폐(토큰)를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했다. 다만 암호화폐 구현에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투기, 불법 암호화폐 거래는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후속 대책은 지난 1월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도 암호화폐의 과세 방안 및 성격 정의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투자자 보호책 강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규제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암호화폐거래소 영업점 앞 전광판 모습. 사진/뉴시스
 
채용비리 휩쌓인 은행권…무너진 신뢰 회복 '묘연'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이 작성하고 관리한 신입행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작년 11월 채용비리 혐의가 제기된 이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은행권 채용비리는 줄줄이 터져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 2월 하나, 국민, 광주, 부산, 대구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의혹 등이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특히,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임 시절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임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법원 포토라인에 서는 등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6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특혜 채용 혐의를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9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신없었던 산업은행…한국GM사태로 1년간 '시끌'
 
지난 2월13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는 금융권에서도 가장 큰 이슈로 꼽힌다.  '한국 시장 철수설'이 제기됐지만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7억5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면서 철수설을 잠재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GM은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추가 발표하면서 한국GM의 연구개발 업무를 전담할 신설법인을 세우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산업은행은 "계획이 모호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반발하면서 앞서 지원하기로 한 7억5000만 달러 중 남은 금액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GM은 지난 18일 최종적으로 타결했다. 산업은행은 법인분리 사업계획서를 받아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법인 분리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10년 후 한국GM이 한국 사업을 정리하기 쉬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GM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자 부풀리다 '딱' 걸린 은행권…제재 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서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경남은행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실을 적발했다. 대출자의 소득 정보를 실제보다 적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처리해 이자를 부풀린 것은 물론 전산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금리를 산정해 놓고도 임의로 최고금리를 물린 곳도 있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재산정해야 하는 가산금리 항목을 그대로 유지해 더 높은 이자를 물린 사례도 적발됐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26억6900만원, 건수는 총 1만2279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은행권과 공동으로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를 구성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대출금리 산정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대출금리를 부당 산정한 은행들을 제재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당국의 생보사 길들이기…즉시연금 미지급 건으로 '갈등'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들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매달 이자 지급시 사업비 등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뗀다는 내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보험사들이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가입자에게 일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면서 금감원과 생보사 간 갈등이 심화했다. 삼성생명은 일부만 지급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생명은 법률검토를 거쳐 금감원에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지난해 분조위의 조정 결정 이후로도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 삼성생명을 재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 초께 삼성생명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할지 검토 중이다.
 
지난 8월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가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공동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인터넷은행 특례법 통과…대주주 적격성 판단은 '난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지난 9월 통과됐다. 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제한을 34%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례법에는 재벌 대기업의 참여는 막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의 경우 예외적으로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이 시행령에 포함됐다. 특례법으로 증자 등 사업 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된 인터넷은행들은 자본확충 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대주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당국은 내년 5월 최대 2개 업체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부여할 계획이다. 주요 인가 심사기준으로 서민금융 지원과 중금리대출 공급 등을 꼽았다.
 
지난 9월 정무위원회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가결했다. 사진/뉴시스
 
'초강력 대출규제' DSR 도입…당국, 가계부채 급증에 '긴장'
 
정부가 발표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은행의 대출 관리지표로 도입됐다. 지난 10월31일부터 은행에 적용된 DSR규제는 차주가 빚을 제대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 따져보는 소득 규제다. 기존의 DTI가 주담대의 원리금 상환액과 다른 대출의 이자상환액만 따졌다면, DSR은 주담대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 상환액으로 따진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9·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기존 주택 보유자의 신규 주담대 규모는 연간 5조~6조원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인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은 대출 재조정에 나서는 가 하면 주택담보대출위주의 영업전략에서 기업금융 확대로 전환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적용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진통 겪은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부가서비스 축소 불가피
 
금융당국은 지난달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연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2.05%에서 1.4%로 인하하고, 10억~30억원의 경우 기존 2.21%에서 1.6%로 인하하는 내용이다.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제도로 카드수수료 부담이 없는 연매출 5억원 미만의 영세·중소 가맹점이 아닌 연매출 5억원 이상 규모의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된다. 특히 연매출 5억~30억원 구간의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 가맹점으로 분류돼 수수료율이 평균 0.6%포인트 인하된다. 금융당국은 내수 부진과 인건비·임대료가 상승해 어려움을 겪는 자엽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 과도하다며 이를 축소할 것을 주문했다. 내년 1월 중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주도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가 일회성 마케팅비용 축소를 골자로 한 부가서비스 축소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중소상인자영업자연합회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계차주 자금부담 가중…한은, 1년만에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1년만이다.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의 증가,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 등 금융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다. 실제로 가계대출은 지난 3분기 기준 1514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돌파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슬금슬금 오르던 대출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랠리를 시작했고, 한계대출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개인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몰리지 않도록 이들을 위한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또한 고금리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2%대의 초저금리 자영업 대출프로그램을 1조8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 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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