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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 아쉬운 단점 vs 뚜렷한 장점
2018-12-27 15:56:27 2018-12-27 15:56:2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개봉 첫 날 ‘PMC: 더 벙커’가 치고 나갔다. 이른바 ‘오프닝 프리미엄’이다. 개봉 첫 날 스코어를 바라보는 영화계 관계자들의 이른바 통속적 관념이다. 사실상 개봉 첫 주차 주말 성적이 해당 영화의 ‘단기’ 혹은 ‘장기’ 흥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난 10월 31일 개봉해 두 달째 박스오피스 ‘TOP5’에 머물며 9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신드롬 현상을 일으키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한국영화 투톱으로 분류됐던 ‘스윙키즈’와 ‘마약왕’이 이 분위기를 꺾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PMC: 더 벙커’는 올 겨울 한국영화 시장 장악력을 결정지을 마지막 키워드가 됐다. ‘아쿠아맨’과 ‘범블비’의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PMC: 더 벙커’가 어떤 킬링 포인트로 관객들의 입소문을 자극할지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 ‘1인칭 시점샷’…체험의 영역 vs 생경한 불편함
 
‘PMC: 더 벙커’의 최고 장점이자 단점, 즉 양날의 검이 될 요소다. 주연 배우인 하정우와 이선균 모두 이 지점에 대해 수긍했다. 영화 전체의 절반 이상이 이런 시점샷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상황들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고 액션 시퀀스가 관객들을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 들인다. 이런 방식을 위해 제작진은 ‘POV캠’을 다수 투입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한 에이헵(하정우)의 팀원 ‘블랙리저드’ 팀원들의 헬멧에 이 캠을 직접 장착했다. 결과적으로 배우들이 바라보는 시점과 스크린 밖 관객들의 시점이 일치되면서 액션의 생동감을 끌어 올렸다. 주연 배우 이선균도 한 몫 담당했다. DSLR 카메라를 손에 장착한 채 영화 속 ‘시점샷’ 다수를 직접 촬영했다. 이 장면은 실제로 영화 상영 버전에 포함됐다. ‘드론 카메라’를 활용한 ‘시점샷’도 상당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시점샷’은 할리우드에서 몇 년 전 꽤 유행처럼 활용한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2년 전 개봉한 바 있는 ‘하드코어 헨리’란 영화가 이 방식을 활용해 생동감을 극대화한 바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타깃층이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다. 상업 영화로선 포괄적인 흥행 여부를 결정할 요소를 스스로 배제시키는 방식이다. ‘PMC: 더 벙커’에 대한 온라인 단평을 살펴보면 대체로 ‘어지럽다’ ‘카메라 흔들림이 정말 많다’ ‘두통이 온다’ 등의 반응이다. 반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겐 익숙한 방식일 듯하다’ 등으로 양분된다.
 
확실한 것은 ‘타격감’을 즐기는 젊은 세대, 특히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20대 이하 젊은 관객 층에겐 충분히 익숙한 방식일 듯싶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폐쇄된 공간…‘공간의 직진성’ vs ‘방식의 단조로움’
 
‘PMC: 더 벙커’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에이헵’을 연기한 하정우도 북한 엘리트 의사 ‘윤지의’를 연기한 이선균도 아니다. 제목에도 명시된 지하 공간 ‘더 벙커’다. 이 영화에서 주된 배경이 된 ‘더 벙커’를 고스란히 들어내면 스토리 자체의 구성이 불가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공간이 주는 스토리에서 출발한 영화다. 실제로 5년 전 하정우가 김병우 감독에게 ‘지하 벙커에서 벌어지는 생존 전투 얘기’를 언급했고 그 아이디어에서 지금의 스토리가 완성됐다. 김병우 감독이 하정우의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재구성 재창조했다.
 
영화에서 ‘더 벙커’는 상당히 광활한 공간으로 나온다. DMZ인근 지하 30미터에 위치해 있단 설정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이 공간에 등장한다. 남한이나 북한 어느 쪽에서 만든 벙커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벙커’란 개념답게 넓은 공간과 좁은 통로로 구성된 장면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흡사 지하세계의 개미집처럼 미로 같은 구성이다.
 
우선 좁은 통로는 공격하는 쪽과 공격 당하는 쪽의 모두에게 퇴로 자체가 없다. 좌우가 없는 전방과 후방만 존재한다. 때문에 극한의 타격감을 생성시킨다. 방어의 개념보단 ‘공격’만 존재하게 된다. 좁은 통로를 벗어나면 군데군데 넓은 공간이 등장한다. 급박하게 벌어지는 타격의 빠른 흐름 속에서 쉴 타이밍을 선사한다. 등장 인물들에게도 관객들에게 호흡을 가다듬는 역할을 주는 공간이다. 액션 장르에서 이런 직진의 구조는 상당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불필요한 곁가지를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그저 ‘액션’ 하나에만 집중하면 된다.
 
반면 이런 구조가 때에 따라선 단조로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영화 중간중간 쉴 타이밍을 선사할 공간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강렬한 액션에만 집중되는 탓에 피로도 자체가 크다. 물론 장르 마니아들에겐 안성맞춤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스토리에 집중하는 드라마적 마니아들에겐 단조로움이 더욱 극대화 되는 공간 구조다. 이 역시 ‘액션’이란 코드를 놓고 선택한 감독과 제작진의 고민일 듯싶다. 참고로 김병우 감독은 프리프로덕션(사전 제작) 기간 동안 블록 장난감인 ‘레고’로 영화 속 ‘더 벙커’를 실제로 만들어 배우들에게 사전 이미지화 작업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용병… ‘실제적 개념’ vs ‘PMC 버전’
 
영화 제목인 ‘PMC’는 ‘Private Military Company’의 약자다. ‘개인 군사기업’이다. 에이헵이 리더인 ‘블랙리저드팀’을 소유한 기업이다. 팀원들은 국적도 명예도 없이 오로지 비즈니스 차원에서 전쟁을 상대하는 용병들일 뿐이다.
 
‘용병’은 국내 영화 관객들에겐 할리우드 영화 속의 아이템으로 존재해 왔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이전 ‘용병’이 영화 소재로 사용된 바는 있다. 하지만 큰 주목을 끈 작품은 없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에선 꽤 주목을 받은 작품이 많다. 무자비한 성격 혹은 현실감 넘치는 전쟁터 속의 모습으로 그려진 게 대부분이다. ‘용병’ 자체의 소재가 다분히 영화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사회에서 용병은 존재한다. 김병우 감독도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많은 취재를 했다. 제작사 측은 아프카니스탄 파병 경험이 있는 용병 출신 배우들을 실제로 이 영화에 캐스팅했다. 때문에 캐릭터적 측면에선 상당히 현실감이 넘친다는 게 제작진의 자신감이다.
 
하지만 ‘PMC: 더 벙커’ 속 용병들은 이미지화 자체에는 현실에 상당히 접근했을지 모르지만 영화적인 측면에선 다소 난해한 지점들이 많다. 생사가 찰나의 선택에 좌우되는 전쟁터를 누비는 용병으로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설정, 일부 캐릭터들의 경우 터프한 이미지 속에서도 너무도 쉽게 스토리에서 일찌감치 빠지는 모습 등이 영화적 재미 측면에선 다소 아이러니한 선택처럼 보인다. ‘PMC: 더 벙커’의 전체 구성을 위해 만들어 진 설정이라고 한다면 관객들이 느끼는 용병의 영화적 개념 자체가 조금은 흔들릴 가능성도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양날의 검 혹은 동전의 양면처럼 ‘PMC: 더 벙커’는 선택을 위해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한 지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지점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게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듯하다. ‘아쿠아맨’과 ‘범블비’가 올 겨울 한국영화 시장을 쌍끌이 흥행으로 지배할지, 이를 저지할지에 대해선 오롯이 ‘PMC: 더 벙커’의 장점과 단점의 상쇄 효과에 달려 있을 듯싶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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