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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여명 참가한 국민은행 총파업에도 "은행업무 차질 없었다"
고객불편·혼란 예상보다 적어…온라인 채널 비중 높아 노조 파업효과 미미…여론만 악화
2019-01-08 17:20:13 2019-01-08 18:26:15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실시한 8일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엘스지점에 부착된 파업 안내문. 사진/문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문지훈·이아경 기자] 8일 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5,400여명(국민은행 추산)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나섰으나 예상과 달리 창구 등 은행업무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었다. 실제 상당수 영업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우려할만한 수준의 고객불편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만 나빠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날 국민은행 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 갈등으로 하루 동안 경고성 파업에 나섰으나 대부분의 영업점에서는 고객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평소 낮 12시부터 1시 사이 금융업무를 처리하려는 내방고객이 많았던 점심시간에도 상당수 영업점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점심시간대인 낮 12시께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지점에는 총 4개의 창구 중 1개 창구에서만 직원이 고객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근무 중인 직원은 1명뿐이었지만 고객 대기석이 붐비진 않았다. 고객대기석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은 2명뿐이었다.
 
아시아선수촌지점 관계자는 "창구직원 모두 파업 중인 상황"이라며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은 본부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잠실엘스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곳은 국민은행 사측이 총파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지정한 거점점포지만 점심시간대에도 대기공간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이 3명에 불과했다. 
 
잠실엘스지점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잠실새내역지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지점은 인근에 위치한 아시아선수촌지점, 잠실엘스지점과 달리 상가 건물 1층에 위치해 고객 접근성이 비교적 뛰어난 곳이지만 내방고객 대부분은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했다. 이곳에 마련된 총 7개 창구 중 근무 중인 고객은 3명뿐이었고 업무 처리를 대기 중인 고객도 1명에 그쳤다.
 
잠실엘스지점을 방문한 박모씨(54·여)는 "대출 상담을 위해 아시아선수촌지점을 방문했는데 상담 가능한 직원이 없다며 이곳으로 안내해줬다"며 "다행히 대출 상담을 받고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피스 인근에 위치한 국민은행 영업점 역시 점심시간에도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 증권타운지점과 여의도지점 모두 대기 중인 고객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증권타운지점에서 급여통장을 개설한 고객은 "점심시간이라 비어있는 창구가 많아 파업인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며 "업무를 보는데 큰 불편함도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 효과가 미미한 것은 최근 온라인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특성이 한몫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6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등록고객 수는 1억4067만명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최근 1년간 조회 또는 자금이체 실적이 있는 고객 수는 6949만명으로 3월 말보다 2.5% 증가했다. 모바일뱅킹의 경우 3월말보다 5.3% 증가한 6601만명이 이용하고 있어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고객 수의 95.0%를 차지했다.
 
국민은행 여의도지점 관계자 역시 "직장인들이 많은 지점 위치 특성상 상당수가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이 여론만 악화시키는 분위기다.
 
평소 국민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 중인 전모씨(38·남)는 "요즘처럼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임금을 받고 복지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은행원들이 파업을 한다니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든게 사실"이라며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계좌를 개설해 국민은행에 보관 중이던 자금과 자동이체 항목도 모두 옮겼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당수 영업점이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로 운영되면서 국민은행 노조 측의 파업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은행 노조가 향후 네 차례의 추가 파업을 예고한 만큼 이날 총파업이 향후 노조 측의 투쟁 동력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영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파업 소식이 많이 전해졌고 온라인 채널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큰 고객 불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일 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총파업을 실시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 소재 국민은행 중계북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이 업무 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문지훈·이아경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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