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허관리 전문 외국기업 '조세회피 관행' 제동
"'삼성전자와 특허권 사용계약 맺은 'IV IL'는 도관회사…한·아일랜드 조약 적용 안돼"
입력 : 2019-01-09 06:00:00 수정 : 2019-01-09 09:02:4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삼성전자가 외국 특허전문관리업체에 지급한 특허권 사용료 등은 국내원천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세를 낼 수 없다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삼성전자의 일부 승소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수익을 내면서도 조세협약을 이용해 조세 회피를 시도하고 있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대법원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삼성전자가 "외국 특허전문관리업체에 지급한 특허권사용료에 대해 부과한 706억여원의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동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부과 법인세 중 15억1200여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2010년 9월 '인텔렉추얼벤처스 인터내셔널 라이센싱(IV IL)'과 특허권 사용 등에 대한 계약을 맺고 두달 뒤 3억7000만 미국달러를 지급했다. 특허권은 인벤선 인베스트먼트 펀드 I, LP.(IIF1)와 인벤션 인베스트먼트 펀드 II, L.L.C.(IIF2)가 보유한 것으로 총 3만2819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이 있긴 했지만 총 1902개로 전체의 5.7%에 불과했다.
 
삼성전자가 직접 계약을 맺은 회사는 아일랜드 법인인 IV IL였지만 키프로스 법인이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법인은 미국법인인 IV US가 전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IV US 역시 특허권자인 IIF1와 IIF2가 자신들의 특허권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법인으로, 특허권 사용 등에 대한 수익은 모두  IIF1와 IIF2에게 귀속됐다.
 
동수원세무서는 IV IL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설립한 '도관회사'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계약은 한·아일랜드 조세협약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구 법인세법상 규정된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 942억여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심판원은 삼성전자가 IV IL에 지급한 돈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재조사 해 그에 따라 세액을 정하라고 결정했다.
 
동수원세무서는 재조사를 거쳐 수익자가 IIF1, IIF2와 투자자들인 점, 이들 대부분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점 등을 확인하고 한·미 조세협약에서 정한 원천세율 15%를 적용했다. 이렇게 확정된 세액은 총 706억여원으로, 최초 부과된 942억보다는 감액됐지만, 삼성전자는 결국 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삼성전자는 IV IL은 도관회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에 거주하고 있는 회사기 때문에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는 이중과세 회피 등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된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주장대로라면 국가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은 '타방체약국의 거주자에 의해 취득되고 수익적으로 소유되는 일방체약국내의 원천으로부터 발생하는 사용료는 동 타방국에서만 과세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심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사용료 소득의 실질적 소유자는 IV US이고, 사용료 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IV IL은 도관회사"라고 판단하면서 1심을 뒤집었다. 다만, 국내원천소득 대상을 IV IL과 사용권 계약을 맺은 특허권 중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로 한정했다.
 
재판부는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재산·거래 등 과세대상에 관한 귀속 명의와 실질적 귀속자가 따로 있고 그것이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그 실질적 귀속자가 납세의무자"라면서 "이런 원칙은 조세조약의 해석·적용에서도 같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설립목적과 운영현황 등의 사정에 비춰볼 때 IV IL은 형식상 거래당사자 역할만 수행했을 뿐이고, 사용료 소득은 지배회사인 IV US에 귀속됐기 때문에 특허권 사용 계약은 한·미 조세협약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과 같이 거래당사자와 소득의 실질귀속자가 다르게 된 것은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을 통한 조세회피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와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미조세협약은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를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인정하고 국내원천소득도 그에 한정하고 있다"면서 "IV US에 실질적으로 귀속된 사용료 중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 사용료만 구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인정한 원심 판단 역시 옳다"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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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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