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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 정부 주문에 고민 깊어지는 이재용 부회장
이낙연 총리 만남서 “국내 대표기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
2019-01-10 20:00:00 2019-01-10 2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재계 1위 삼성의 어깨는 갈수록 무겁기만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었고, 같은 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인한 실적 쇼크에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 확산, 경쟁업체들의 도전까지 겹치는 등 대내외 경영상황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10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 총리와 만났다. 전재호 삼성전자 부사장의 5G(5세대 이동통신)와 강호규 부사장의 반도체 현황보고 이후 이 부회장의 5G 장비 생산라인 안내가 이어졌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으로 기업 활력 제고에 주력하겠다며 신산업 육성 및 투자를 주문하고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일자리나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때로 부담감도 느끼지만 국내 대표기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국정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지난해 7월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인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어 8월에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과 환담했다. 삼성전자는 문 대통령과 김 장관과의 만남 이후 3년간 총 180조원에 달하는 중장기 투자 계획으로 정부의 요청에 화답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과기부
 
이 총리와 이 부회장의 이번 만남은 한국경제가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을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가 ‘삼성의 역할론’을 기대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출의 6분의 1이 반도체로부터 나올 만큼 의존도가 큰 데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행보가 곧 재계의 행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총리가 이날 방문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인공지능(AI), 바이오, 5G, 전장부품 등 삼성전자 4대 미래성장 육성 사업 중 하나인 5G 통신장비 생산 현장이었다는 점이 의미를 더했다. 이 자리에서 국내 5G 산업 육성과 관련해 이 총리와 이 부회장이 투자 계획에 대해 어떤 논의를 했는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5G 관련 혁신기술 개발에 약 25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오는 15일에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기업인간 타운홀 미팅이 열릴 예정이며 이 부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와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삼성이 작성한 결과물이 타운홀 미팅 전, 또는 당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가 처한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어닝 쇼크’라고 할 만큼 큰 폭으로 하락한 2018년 4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28.7% 축소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를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사업이 부진했던 탓이다. 주력 상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동반하락하기 시작했다. 과거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했던 스마트폰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4분기 영업이익은 9분기 만에 2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실적 개선에 못지않게 이 부회장에게 급한 과제는 과거 정경유착 관행 등에 따른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난해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의 직접 채용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 반도체 백혈병 분쟁 종식,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으로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개선을 꾀했다.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지원, 소프트웨어 청년 인력 육성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상생협력·동반성장’ 기조에 협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부회장이 이 총리에게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생의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으며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미래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활동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둔 데다 노조 와해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경영권 승계 논란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등에 직면해있다. ‘뉴 삼성’ 이미지를 쌓기 위해 올해도 투자와 고용 증진 기여 및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혁신성장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보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와 사회적 책임 강화의 두 가지 과제를 짊어진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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