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청년과 취약계층 위한 주거복지 정책 확대돼야"
최은영 한국도시소장 "문 정부 주거복지로드맵, 취약계층 지원 긍정적"
"임대등록 과도한 혜택은 아쉬워, 공공임대주택은 운영관리비 도입해야"
입력 : 2019-01-28 11:19:27 수정 : 2019-01-28 11:19:27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1월 종로 쪽방촌, 서울장 여관 화재 참변, 11월 국일고시원 화재. 지난 한해 비적정 주거(Inadequate House)에서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주거로 인정되지 않는 주택은 해마다 늘어 228만가구에 달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소장은 이처럼 역설적인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7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도시연구소에 둥지를 틀었다. 통계청에서 데이터를 다뤘던 경험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면서다. "우리나라 가구의 10%가 아직도 열악한 가구에 살고 있어요. 주거복지로드맵의 계획을 잘 세우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죠." 가난해서 생명을 잃는 경우가 없는 사회를 이룩하는 게 소망이라는 그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의 어제와 내일을 짚어봤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사진/한국도시연구소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한 지 대략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을 꼽자면.

2017112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은 맞춤형 주거지원’,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은 공란으로 나온 뒤 1213일에 후속으로 발표됐다.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서 나온 임대차시장 안정화 정책이 가장 아쉽다. 임대등록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 주는 과도한 혜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임대차등록을 두고 벌어진 정책 혼선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나온 악수라고 판단된다. 그러면서 주택가격이 뛴 게 문제였고, 그 조치로 세입자들은 많은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전세 3억짜리가 1년간 받는 혜택이 2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맞춤형 주거지원의 일환인 취약계층 우선 주거복지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2007년 시작된 후 10년간 전체 수혜 대상자가 7000가구가 안 되었다. 그런데 20191월에 벌써 1000가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또한 주거급여 수급자가 공공임대주택 유형에 상관없이 입주할 수 있도록 임대료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주택의 대폭적인 확대다. 공적 주택 100만호 공급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우선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공공지원주택)를 이어가기 위해 '공적임대'라는 국적 불명의 용어를 만들어낸 것이 문제다. 공적주택 100만호에는 공공분양 15만호, 공공임대주택 65만호 그리고 공공지원주택 20만호가 포함된다. 여기서 공공지원주택의 165000호가 기존의 뉴스테이다. 가장 주거 상황이 안 좋은 취약계층과 청년 위주로 임대료가 비싼 뉴스테이 공급이 계획된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거기다 28만호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중 195000호가 행복주택인 것도 아쉽다. 행복주택은 장기주택에 속하지만 영구임대나 국민임대보다 임대료가 높다. 또 행복주택 20만호는 박근혜 정부 때 공약한 물량이다. 그때 약속한 것 이외에 추가적으로 늘어난 주택은 거의 없다. 주거복지 로드맵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 정부가 급하게 출범하는 측면도 있지만 애초에 계획상 잘못된 부분도 있다고 본다.
 
청년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반발도 적지 않다. 이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회적 갈등을 돌파할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랜 시간 노력 끝에 공공주택을 건설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에 구의동 일대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데 주민반발이 컸는지만 협의 끝에 공공주택이 건설된다. 시간이 걸리지만 공공주택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타협점을 찾아 설득 작업을 하되,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시설을 함께 공급하는 방법 등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주택 확대의 후속 정책으로 3기 신도시 건설이 집값 안정과 주거 복지에 도움이 될까.
 
작년 예상치 못한 집값 폭등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수요 공급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에 밀린 것이다. 9·13 대책 가지고도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됐을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주택보급률이 높은 곳은 강남구하고 용산구다. 수요와 공급만으로 주택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공급 부족에 대한 주장이 많아 3기 신도시로 공급책을 꺼냈는데 신중했어야 했다.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과 한국도시연구소 관계자들 모습. 사진/한국도시연구소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거주 문제는 다소 관심이 적다. 비주택 거주자들을 위해선 어떤 정책이 마련돼야 하나.
 
영국에서 셰어주택에 도입한 HMO(Housing in Multiple Occupation) 시스템을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해야 한다. 영국은 가족이 아닌 5명 이상이 공동주택에서 살면 HMO 라이선스를 가져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주택에는 창문이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 창문은 바깥이랑 연결돼야 한다. 주택에 관한 여러 강행규정이 있고 그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상한선이 없는 벌금을 매긴다. 이런 정책이 도입된 건 과거 영국 대학생 두 명이 사는 셰어주택에 화재가 나면서였다. 당시 창문이 창살로 막혀 있어 탈출을 못하고사망하면서 관련 규제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일고시원과 같은 화재에서 창문 존재 여부가 거주민의 생사를 갈랐다.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 고시원은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다. 고시원에 관해서 스프링클러는 의무화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그것만 해결된다고 주거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지 않나. 지나치게 좁은 면적, 소음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거주와 관련한 정책이 여태까지 왜 만들어지지 않았나.
 
주무부처가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금 논의 중인데 어떤 부서도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문제를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고시원의 관리 감독을 숙박업으로 하면 문화체육관광부로 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주택 이외의 거처에 해당되는 고시원과 오피스텔은 전국적으로 39만가구가 정도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당시 5만 가구, 201013만 가구, 2015년에는 39만가구로 늘었다. 그 중에서 15만 가구가 고시원이고, 이 중 75%2030 청년들이다. 청년 등 1인 가구와 도시의 재개발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가 없어지면서 고시원이 크게 늘었는데 정부가 너무 방치했다. 이 같은 문제를 사회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과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이 회의하는 모습. 사진/한국도시연구소
 
마지막으로 정부가 앞으로 주거복지로드맵을 추진하는데 있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공공임대주택의 운영 관리 비용을 도입해야 한다. 미국은 11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에 연간 7~8조를 운영 관리 비용으로 사용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경상 예산이 전혀 없다. 89년부터 공급된 영구임대주택은 30년이 돼 사실상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공공임대 주택은 공급하는데 끝나는 게 아니라 주거복지 차원에서도 상당히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같은 공공기관에 수용권을 주고 택지개발을 해 남는 수익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려가는 방식이 더 이상 운영 가능하지 않음을 뜻한다. 미국은 7~8조 운영관리비용의 많은 부분을 임차인이 낼 수 있는 금액과 받아야 하는 금액의 차이를 메우는데 사용된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소득의 30%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서다. 반면 우리는 이 장치가 없어 비싼 임대주택을 지으려고 한다. 주거복지의 획기적인 강화를 위해서 운영관리비 도입이 꼭 필요하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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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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