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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매각)메머드급 조선사 탄생…‘빅2 체제’ 재편으로 한국조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대
"현중의 생산추진력·대우조선의 LNG 기술력 결합 시너지"…양 노조, 이권다툼땐 공멸 우려
2019-01-31 20:00:00 2019-01-31 2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누가 새주인이 되던 간에 글로벌 조선업계 구조개편의 대미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31일 우선 현대중공업과 매각 추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접한 조선업계 한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다. 채권단이 세계 2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을 1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것. 현대중공업이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조선통합법인을 출범해 산은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출자 받고 통합법인은 다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구조다. 산은은 삼성중공업에게도 인수 의사를 타진한 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과 대우조선 매각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새주인을 만나 민영화 된다. 현대중공업이 유력시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오너 체제 전환, 개혁 탄력 받을 듯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주인없는 회사에 주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면서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우조선해양 내에는 오랜기간 채권단 체제에서 비롯된 부작용, 즉 비위와 비리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국은 아직까지 오너 총수의 지배력이 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오너 일가가 경영을 맞고 있는 대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위해 나은 판단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더 성숙한 국가의 경우 새로운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민영화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도입이 쉽지 않다”면서 “현대중공업이라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인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지금이 매각의 적기”라면서 “단순히 회사를 넘기는 차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모두 개혁해야 한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개혁을) 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오너 기업이기에 개혁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과 생산의 결합···화학적 결합도 용이
 
빅2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다. 경쟁력에서 밀린 일본이 업체간 통폐합을 통해 덩지를 키웠고, 중국도 화이트·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경쟁력 있는 업체만 선별 지원하고 합병을 유도하면서 효율성을 키우면서 한국에도 비슷한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국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제조업 가운데 글로벌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종이 없고, 기술과 생산 능력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어느 한쪽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그러다가 동시다발적인 부실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2015년 이후부터 빅2체제론은 다시 불거졌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부터 공론화됐다.
 
작년 초만 해도 지리적 이점을 내세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시킨 후 초창기 포스코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정부출자기업 형태의 ‘거제중공업(가칭)’을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사업 구조개편 추진 과정에서 중공업과 엔지니어링 합병건이 좌절되자 삼성중공업의 향후 경쟁력 유지 방안을 놓고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의 결단하면 이후의 과정은 순조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방식은 같은 거제도에 소재했어도 양사간 기업문화가 다르다는 점, 사업구조가 중복되면서도 기술과 생산 시스템의 차이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아이디어 차원에서만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산은이 절치부심해서 마련한 것이 이번 현대중공업과의 합의 내용이다. 이른바 '거제중공업' 아이디어의 일부를 차용해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투자해 대주주가 돼 별도법인으로 출범시킴으로써 회사대 회사간 통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고 각사간 특성을 살려 수주 영업을 지속하는 한편, 양사 임직원간 융합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밀한 삼성과 일단 행동하는 대우의 문화적 차이는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은 구조다”면서 “오히려 현대중공업의 강력한 생산 추진력과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압도적인 액화천연가스(LNG) 기술력을 결합했을 때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사 노조 모두 반발…이권 다툼 땐 공멸 우려
 
산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양사의 통합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과 한 가족이 되면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키우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대우조선해양측도 “새 주인을 맞이한다면 회사는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노동조합이다.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모두 노조가 매우 강성이다. 두 노조가 합쳐서 사측과 대립한다면 견뎌낼 재간이 없겠지만, 오히려 서로가 갈라져서 헤게모니 싸움에 몰두한다면 더 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외국인 노동자 등 해결되지 않은 노동 현안까지 더해질 경우 통합법인보다 훨씬 거대한 노조의 견제를 받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 문제는 심각하다. 어떻게든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노조에 밀린다면 혁신은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조선산업은 변해야 할 때 안 변했다. 외국에 조선소를 짓지 말고 한국 안에서 어떻게해서든지 효율화와 혁신을 했어야 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양사는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한 디지털 조선소로 탈바꿈해야 한다. 노조와 싸워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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