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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장 폐쇄·수출량 지속감소…'종착지'는 생산법인 철수
노조 리스크 명분 내세워 조기철수 가능성…한국, 한때 출장제한지역 지정도…"내수·수출 부진시 특단조치 나설듯
2019-02-11 06:00:00 2019-02-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 고위 임원의 “한국은 큰 딜러 시장” 발언은 GM의 글로벌 전략에서 놓고 봤을 때 언제라도 한국지엠의 생산기능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커다란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GM은 이미 5년 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고했다. 2014년 1월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의 취임을 기점으로 일정 수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장 철수를 이어가고 있다. 가솔린·디젤로 대표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수소 등 미래 친환경 차량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양적 팽창을 지향하고 질적 우위를 위한 투자와 인재 영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호주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이미 생산법인을 청산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본사가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 1만40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오하이오 로즈 타운, 캐나다 온타리오 오샤와 공장 및 미국 미시간 워런, 메릴랜드 볼티모어 변속기 공장 5곳과 글로벌 2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GM은 이를 통해 내년까지 60억달러(약 6조747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연구에 집중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바라 CEO는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선택은 어렵지만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방안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은 이러한 GM의 체질개선 작업 과정에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해 출자전환 등을 통해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응급환자용 산소마스크를 씌운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장, 한국지엠의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9만3317대로 전년(13만2377대)보다 29.5%나 감소했다. 간판 모델인 ‘스파크’는 3만9868대로 15.6%, ‘말리부’는 1만7052대로 48.8% 줄었다. ‘아베오’, ‘크루즈’, ‘카마로’도 각각 70.7%, 65.7%, 57.0% 감소했다. 수출도 36만9554대로 전년 대비 5.8% 하락했다. 올해 1월 실적을 살펴봐도 단종설이 도는 임팔라는 국내에서 단 1대 판매됐고 카마로는 23대에 그쳤다. 스파크와 말리부는 전년 동월보다 35.3%, 24.5%나 감소했다.
 
올해 신차 출시 등으로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목표지만 녹록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출시로 실적부진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인데, 이들 모델은 전체 판매 상승을 이끌어줄 주력 모델이 아닌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차원에 불과하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SUV와 준대형 이상 세단에서는 경쟁을 아예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GM 본사 차원에서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태의 여파로 한국지엠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신차 및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여도 오히려 판매량이 줄었다”면서 “작년 상반기 선보인 ‘이쿼녹스’가 가격정책 실패로 6개월 간 1718대에 그치면서 트래버스나 콜로라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실적 개선을 위해 중고차 가격을 담보하지 못할 수준의 과도한 할인판매를 강행한 것도 쉐보레 브랜드는 ‘값싼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굳혀줬다.
 
군산공장 폐쇄, 연구개발 신설법인 출범, 주력 판매 차종은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업그레이드 및 과도한 할인판매, 수출물량 지속적인 감소, 비주력 부문 신차 내수시장 출시 등 지난해부터 GM이 한국지엠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국지엠의 생산법인 철수라는 정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수출량 축소는 한국지엠의 생산능력을 산업은행과 합의한 대로 향후 10년간 이어갈 수도 있지만 내수 물량을 소화하는 정도에서만 운영하고 난 뒤 철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GM이 해외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지엠의 수출물량은 감소할 전망”이라며 “올해 유럽지역 수출이 중단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노조 리스크도 악재로 거론된다. 노조의 반발은 GM이 한국지엠 생산 부문 조기 철수를 결정하는 명분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GM 본사에서는 한 때 한국을 출장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다”면서 “본사 입장에서는 노조의 지나친 물리적 행동에 충격을 받았고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량은 제네시스 브랜드보다도 낮아졌다”면서 “GM 본사가 북미지역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한국지엠 상황이 악화된다면 산은이 출자한 몇 천억원에 발목이 잡혀 철수를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도 “GM이 지금 당장 한국지엠을 철수시키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수와 수출 모두 중요성이 낮아진다면 GM이 특단의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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