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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사장 영입, 현대제철·포스코 화해하나?
‘포스코맨’ 신임사장으로 영입…그룹 소통·기술력 강화 포석
2019-02-17 20:00:00 2019-02-18 00:40:16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현대제철이 사장에 포스코 출신 인사를 처음으로 발탁·영입함으로써 경쟁사라도 인재라면 영입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의 인사 정책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40년 넘게 이어진 현대제철과 포스코간 갈등도 화해 무드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15일 포스코에서 포항·광양 양대 제철소장을 역임한 ‘기술 전문가’ 안동일 전 부사장을 영입해 생산·기술 부문 사장(사진)에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룹 출범 이후 포스코 출신 인사가 사장급으로 영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5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안 사장은 청주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생산기계공학과, 캐나다 맥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포스코에 입사해 광양설비담당 부소장, 기술임원에 이어 2015년 철강생산본부 광양제철소장(이상 전무)를 지냈으며, 2017년에는 포항제철소장(부사장)으로 이동했다. 포스코 내에서도 포항·광양제철소장을 모두 맡은 인사는 드문 사례였다. 지난해 베트남 SS-VIA 법인장으로 선임된 그는 최정우 회장이 선임되면서 현역에서 물러나 자문역을 지내왔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한국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철강재를 소비했던 구 현대그룹은 용광로를 준공해 쇳물을 만드는 일관제철사업을 하기 위해 세 번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포스코의 견제와 반대에 부딪혀 좌절을 맛봤다. 후판 파동 등 포스코가 현대에 철강재 물량 공급을 줄이고, 현대도 외국산 철강재로 구매선을 바꾸는 등 양사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네 번째 도전 만에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지금의 용광로 3기를 갖춘 충남 당진제철소를 완공해 포스코와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안 사장을 영입한 것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감정의 골을 벗고, 한국 산업발전을 위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협력을 모색할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곧 있으면 용광로 화입 10년째를 맞는 현대제철로서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매뉴얼에 적힌 데로만 생산하면 안되며, 철강생산기술을 몸과 마음으로 익힌 최고의 전문가가 보유한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동일 현대제철 신임 사장(오른쪽)이 지난 2017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장 당시 현장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업계는 안 사장의 이번 영입으로 현대제철이 기술역량과 품질 향상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용 강판과 특수강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봤다. 앞서 선임된 현대차 출신 김용환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대제철이 강점을 가진 차강판 제품에 역점을 두고 글로벌 판매량을 늘려가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혔다. 이에 김 부회장은 기획과 마케팅·영업에 초점을 두고, 박종성 당진제철소장(부사장)은 제철소 현장을 챙기는 한편, 안 사장에게 제철소의 장기적인 미래를 맡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3년 특수강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당진제철소에 차 강판 등을 생산하는 특수강 공장을 설립했다. 2016년 공장을 증설하며 현재 연 100만톤 규모의 차 강판·특수강 생산능력을 갖췄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정비하고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 신임 사장은 당진제철소를 포함해서 현대제철의 생산, 연구개발, 기술품질, 특수강 부문 등 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이 구상한 현대제철의 최고경영진 체제를 갖췄다. 한 업계 관계자도 “전임자들인 우유철 부회장과 강학서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각자 역할을 분담했던 형태와 유사한 구도”라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안 사장과 박 부사장이 김 부회장과 손발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향후 포스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과 철강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통상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환경·안전 등의 이슈에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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