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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가 대세다①)'주차때문에 골치는 옛말' 서울은 공유주차 중
'시간당 최저 600원' 서울 한복판에서 주차…이용자수 연간 663% 성장
2019-02-18 06:00:00 2019-02-19 16:00:2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는 한 제품·서비스를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나눠쓰는 공유경제를 처음 제안했다. 2011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를 꼽았다.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유문화로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그리고 2019년, 공유승차업체들은 진로가 막힌 채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으며, 아직까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가능성은 분명 매력있지만, 기존 업계와의 충돌과 발목잡는 규제는 그들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뉴스토마토>는 공유경제의 오늘과 미래를 3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1. 얼마 전 차를 몰고 서울 연희동 근처를 방문한 한공유(가명)씨는 여느 때처럼 주차걱정이 앞섰다. 동석한 지인은 “그러게 차를 왜 가지고 와서, 공영주차장도 먼데 견인 안 당하려면 민영주차장이라도 가자”고 타박했다. 커피숍이나 식당 주차장이라도 갈 마음에 주차정보 앱을 켠 한씨는 시간당 3000원은 기본, 최대 1만2000원이나 하는 인근 주차장 사이에서 특이한 주차장을 발견했다. 공유주차장의 요금은 시간당 600원에 불과했다. 
 
#2. 서울 모든 자치구가 다 그렇지만 서울 서초구도 거주자우선주차구역 때문에 늘 몸살이었다. 동네마다 주차공간은 이미 유료·공영 모두 ‘부족하다’는 말로 모자랄 지경이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조차 부족해 심한 동네는 경쟁률이 20대 1까지 달할 정도였다. 더욱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1명에게 1년씩 배정하면서 낮이나 주말 등 안 쓰는 시간에는 주차공간이 노는데도 지정차량이 아닌 차를 대면 불법주차가 되면서 주차시비와 단속원들의 피로가 계속됐다. 
 
서울 어느 곳을 가나 가장 큰 민원은 주차다. 한 면당 수억원은 한다는 조성비용도 워낙 비싼데다 이젠 더 지을 땅도 없다. 공유주차는 여러 이해당사자를 연결해 주차문제를 풀 실마리를 만든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운영하는 자치구는 협약을 맺고 서울시 지정 공유기업인 모두컴퍼니 등에 공유주차장으로 제공한다. 모두컴퍼니는 자치구와 민간에서 받은 공유주차장을 구글플레이에서만 50만건 이상 내려받은 앱 ‘모두의 주차장’에 올리면, 사용자가 앱상에서 인근 공유주차장을 선택해 결제하면 별도의 관리인 개입 없이 바로 주차구역 번호가 사용자에게 주어진다.
 
당장 사용자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17년 2만7417건에 그치던 이용자 수는 2018년 6만9648건으로 크게 늘었다. 서초구의 경우 2017년 2803건에서 지난해 1만8607건으로 6.63배나 증가했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 선정 과정에 주차 공유 시 가점을 부여하자 참여도가 급속도로 늘고, 주민들의 이용도 활성화됐다. 서울시는 공유주차 대중화로 올해 15만건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정주차 단속건수도 60% 감소 
 
단순히 이용자만 좋은 서비스는 아니다. 공유주차가 시행되면서 주차질서가 잡혀 불법주차가 줄어들고 있다. 서초구의 경우 부정주차 단속건수가 60% 가량 줄었다. 기존 업계에 해당하는 발렛주차나 민영주차장 등도 초기엔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주차질서가 잡히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자 반색하고 있다. 용산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반응이 좋아 공유전용주차장까지 2군데 만들었다”며 “용산역 인근이나 한남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차는 거주자우선주차구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빌라, 커피숍, 빌딩, 공동주택 등 거의 대부분의 주차장들도 모두컴퍼니에 공유주차를 신청하면 입지에 따라 한 달에 20만원 가량의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만 공유하면 되니 불필요한 갈등을 겪을 일도 피할 수 있다. 
 
‘독점’ 견제 목소리…결국 시장 몫 
 
하지만, 공유주차가 주목받자 후발업체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와 시행 중인 모두컴퍼니의 독주를 견제하거나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은평구, 금천구는 주차장을 만드는 사람들, 영등포구는 미래엔시티와 협력해 공유주차를 운영 중이며, 강남구는 개별신청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은주 시의원(노원2)은 “한 업체만 이익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독점적인 부분은 걱정된다”며 “모르는 사람과의 공유, 시간 초과, 미신청 주차로 인한 갈등도 일부 있는 만큼 법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결국은 이용자와 시장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공유주차를 보완해 잠금장치와 센서 등으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검토되고 있지만, 오히려 섣부른 도입으로 이용요금을 올리거나 소비자 편의성을 해칠 경우 자칫 공유주차 자체를 발목잡을 수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독점 주장은 현장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로 프로그램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인력 배치 등 계속 피드백을 하면서 수정하고 출동할 일이 많은데 공공에서 하거나 업체 수가 늘어나면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사물인터넷 도입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가 있어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유주차가 가능한 서울 마포구의 한 거주자우선주차구역.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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