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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주총시즌… 재계, 행동주의 펀드에 '골머리'
2019-03-20 17:54:52 2019-03-20 17:58:2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선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는 오는 22일 주총에서 해외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과 맞선다. 엘리엇은 7조700억원에 달하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28일 열리는 현대홈쇼핑 주총에는 미국계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소각·배당 증대 등을 제안한다. 29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 따라 KCGI가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의 안건이 다뤄질 수 있다. 이외에도 한솔홀딩스, 무학, 강남제비스코 등은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의 요구에 맞서야 한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가치 높이기'라는 목적을 앞세우지만 기업들은 이들이 회사의 장기 성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통한 이익 극대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주총에 무리한 요구를 던지고, 표대결까지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무리한 요구를 막기 위해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황금주 등의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포이즌필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정부 시책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그룹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경우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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