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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썬키스 패밀리’, 무게는 덜고 미덕은 살리고
2019-03-31 00:00:00 2019-03-31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일종의 난장극이다. 하지만 난장이란 코드는 단순한 외피일 뿐이다. 코미디가 강력하다. 여기에 섹시까지 더해졌다. 기묘한 것은 노출이 없는 섹시다. 더군다나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섹시다. 주된 정서 역시 밝다. 기본적으로 한국영화에서 코미디는 어둡고 음침한 스토리의 환기 장치로 활용돼 왔다. 그런 의미에서 썬키스 패밀리는 오렌지 주스처럼 상큼한 맛도 있고 환하고 풋풋한 내음고 강하다. 웃음이 기본 정서이다 보니 이야기의 무게감에 관람의 흐름이 짓눌릴 틈도 없다. 오랜만에 한국영화에서 킬링 타임용으로 적절한 가족 소동극이 등장했다. 주류 장르가 분위기(톤 앤 매너)와 메시지에 강박된 요즘 흐름에 썬키스 패밀리는 분명히 역행한다. 하지만 이런 영화도 양념의 역할이라면 분명히 최근 트랜드의 한쪽 구석을 차지해도 무방할 듯싶다.
 
 
 
제목처럼 오롯이 한 가족에 대한 얘기다. 아빠 엄마 큰 아들 둘째 딸 그리고 막내 딸. 이들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화목하고 즐겁고 행복하다. 물론 이 단어는 아빠와 엄마에만 해당한다. 아빠 준호(박희순)와 엄마 유미(진경)는 결혼 20년 차 부부다. 부부는 가족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이들은 아직도 뜨겁다. 유교적 관념이 깊게 틀어 박힌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가족 문화를 갖고 있다. 자녀들 앞에서 뜨거운 스킨십은 애교다. 밤바다 화끈한 사랑을 나누는 것은 하루의 마무리다. 집안 어항이 흔들리고 못질을 하는 소리가 밤마다 자녀들의 잠자리를 방해한다. 물론 이들 자녀들은 대수롭지 않다. 기묘한 가족 문화로 보인다.
 
반대로 자녀들은 문제가 많다. ()에 대한 문제점을 한 가지씩 안고 있다. 첫 째 철원(장성범)은 여자 친구와의 잠자리가 두렵다. 뜨거운 사랑을 나눌 시간을 갖지 못한다. 남자로서 치명적이다. 둘째 경주(윤보라)는 이미 성숙한 나이지만 성숙의 잣대가 될 여성으로서의 통과의례인 생리가 없다. 가장 어린 막내 딸 진해(이고은)는 부모의 개방된 성 의식과 오빠 누나의 괴로운 성 문제를 오가며 나이답지 않은 성 전문가가 됐다. 매일 밤 부모의 방에서 들려오는 쿵쿵쿵소리에 집안의 행복 지수 체크를 담당한다.
 
문제가 있지만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이 집안에 어느 날 평지풍파가 휘몰아친다. 옆집에 예쁜 여자미희(황우슬혜)가 이사를 온다. 알고 보니 준호와 미희는 어릴 적 동네 오빠-동생사이다. 준호는 어릴 적 화가를 꿈꿨다. 하지만 유미와의 만남으로 결혼을 했고 지금의 가정을 꾸렸다. 현재는 동네 정육점 사장. 반면 미희는 화가로 승승장구 중이다. 오랜만에 만난 미희와 준호는 그렇게 그림이란 공통된 소재로 다시 가까워 진다. 물론 두 사람의 가까워짐은 부부 사이에 균열을 가져온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 사진/(주)영화사두둥
 
매일매일 뜨겁고 화끈했던 준호와 유미는 날이 갈수록 자녀들 앞에서 싸움을 한다. 이와는 반대로 철원은 자신의 뜨거움을 풀어 줄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다. 경주는 생리가 없는 자신을 여자로 바라봐 주는 카페 사장(정상훈)의 적극적인 대시에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엇박자로 흘러가는 바람 잘날 없는 가족의 문제. 9세의 진해는 이 모든 문제를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 동네 친구 동식에게 부모의 행복 지수회복과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오빠와 언니의 문제 해결을 상담하기 시작한다. 이제 9세 진해와 그의 남사친동식의 시선에서 이들 가족의 난장판 19금 소동극은 진행된다.
 
다소 뻔하게 흐르고 또 스토리의 동력이 ‘19금 상상력이란 점에서 관람의 집중도는 분명히 강하다. 우리네 가족 관념에서 보더라도 상식 선에서 벗어난 이들 가족의 문화는 영화란 매체가 풀어갈 수 있는 색다른 모음집처럼 다가온다. 아들의 뜨겁지 못한 사랑 실력을 걱정하는 아빠의 잠자리 코칭’, 엄마가 아들과 딸에게 선사하는 콘돔 다발 풍경은 다소 과함을 넘어서기도 한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에서 이런 코드가 나온다고 하지만 무리한 시선이 담기지는 않는다.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지점에서 모든 장면과 내용이 표현된다.
 
여성 감독으로서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 본 19금 가족 코미디란 점이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자유롭고 난장판 형식의 스토리가 하나로 모아지는 과정도 재미란 측면에선 그리 무리가 따르지는 않는다. 성인 관객이라면 19금 코드에 흥미를 가질 법도 하다. 사진작가 출신의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섹시를 담당한 미희역의 황우슬혜를 통해 남성 관객들의 미묘한 시선을 자극하는 장면 다수를 연출해 낸다. 노출이 없지만 노출 이상의 미묘한 선을 지키며 캐릭터의 예쁨섹시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선 타기를 해낸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 사진/(주)영화사두둥
 
파격적인 소재와 아슬아슬한 지점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는 아니다. 개방적인 성 의식과 이를 소화하는 요즘 가족 문화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현실적 문제를 짚어냈다면 잠깐의 관람 시간이 무미건조하지는 않다. 반대로 무언가 기대를 하고 관람 시간을 할애한다면 건조하고 무미한 맛만 볼 영화다. 장르의 특징이 강조되는 요즘 상업 영화 시장에서 이런 영화 한 편의 등장도 사실 그리 아이러니 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듯싶다. 무게감은 덜어내고 최소한의 미덕에만 집중했단 점에서 썬키스 패밀리는 오렌지 주스의 상큼함은 담아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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