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사면초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설 불붙나
채권단 고강도 자구안 제출 압박…"박 회장 먼저 책임져야"
2019-04-07 20:00:00 2019-04-07 20:00:00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강도 높은 책임을 요구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주력 자산을 팔고,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이 이뤄져도 현재 재무구조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탓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표한 자산 매각과 비핵심 노선 정리 등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 체결을 한 달간 연장하는 것을 논의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창수 사장과 함께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담당 임원 2명은 사직서를 내면서 채권단의 압박이 적지 않다는 점을 반증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은 강도 높은 자구책 제출을 요구받고 있다. 그는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결단을 내렸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워진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 문제라며 퇴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인터뷰를 통해 대주주가 다 손실을 보고 그래도 안 될 때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게 맞다며 박 전 회장이 먼저 책임지는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계속 떠오르고 있다. 당국과 채권단의 말을 종합하면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에서 분리하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박 회장이 또 경영일선에 복귀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최 위원장의 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의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인데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양대 항공사 중 하나로 프리미엄을 크게 얹어 팔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회사의 비주력 자산을 팔아도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능성을 높인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 지분은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뿐이다. 지분 가치는 시가 기준 각각 1000억원 정도다. 박 전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금호고속 지분을 내놓을 경우, 그룹을 포기하는 것과 같아 사재 출연에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자 찾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곳은 없지만 대기업의 인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돌았던 SK와 항공기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한화,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신세계 등이 언급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을 통해 물류사업을 확장 중인 CJ와 제주항공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애경그룹도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매각 방식으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거론된다. SK해운이 지난해 한앤컴퍼니에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받아 자금을 유치해 SK그룹에서 분리된 것과 같은 그림이다. 한앤컴퍼니는 1조원을 투입해 SK해운의 지분 71.43%를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후 SK해운에서 500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경영권 양보라는 SK그룹의 결단으로 SK해운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앞서 SK해운의 부채비율은 2391%, 부채는 4조원이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의 핵심이기 때문에 박 회장이 매각 카드를 내놓기까지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방안으로 지주회사 금호고속 지분을 추가로 담보로 내놓거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오너 일가의 희생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재무부담액은 17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9801억원, 8821억원의 재무부담이 예정돼 있고, 2022년 이후에는 25087억원의 재무부담을 져야 한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