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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7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
"생명권 주체, 보호받아야" vs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2019-04-10 16:49:09 2019-04-10 16:49:09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생명권이 존중돼야 하는지 아니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이 우선돼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7년 만에 다시 내놓는다.
 
헌재는 11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쟁점은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사낙태죄 조항이 각각 임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다.
 
이미 헌재는 2012년 7월 같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었다. 당시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는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보호를 받아야 하므로, 임신 후 몇 주가 지났는지를 기준으로 보호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고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들은 "태아는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과 출산은 모의 책임으로 대부분이 이뤄지므로, 임신 기간에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번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했다는 등의 범죄사실(업무상승낙낙태 등)로 기소됐다. 이후 A씨는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7년 2월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지난해 5월 공개 변론을 열고 청구인 측과 정부 측 입장을 들었다. 이날 청구인 측 대리인은 "낙태는 국가가 침해할 수 없는 여성의 선택 사항으로 개인 여부를 떠나 가정 구성원 및 사회 전체와 연결된다. 임부의 경우 낙태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고 낙태하지 않으면 임부와 태아 모두 더 불행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구인 측 대리인도 "낙태는 임부 인권의 문제로 국가가 사생활을 보호해줘야 한다. 태아가 가지는 잠재적 생명권에 대한 이익보다 여성의 결정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헌법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천명하고 있는데 태아도 생명권 주체이기에 국가 기본권 보호 범주에 당연히 포함된다"며 "낙태죄 규정은 국가 의무를 입법화한 것으로 폐지한다면 태아 생명권 등 위헌적 사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의사 임무는 생명 보호이고 여기에 태아도 포함된다. 인간 생명을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의사의 낙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어 의사 처벌 규정 역시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며 "태아는 자기를 지킬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단지 심장 소리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지난해 5월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낙태죄' 합헌에 대한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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