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헌법불합치 결정 존중"…'낙태죄 폐지법' 속도 내나
정의당, 헌재 결정 직후 법안 발의…소극적이던 다른 정당도 가세
입력 : 2019-04-11 17:02:05 수정 : 2019-04-11 17:14:1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낙태(임신중절)가 66년 만에 '죄'라는 꼬리표를 떼면서 국회에서도 후속 입법 절차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 해당 기한까지 국회에 입법 개선을 촉구하고, 이 시한이 만료되면 즉각 낙태죄의 법률 효력은 사라진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의 결정에 정치권도 반응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오늘 헌법 소원 결과와 무관하게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며 낙태죄 폐지법을 당론 발의할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형법상 낙태의 죄를 삭제하고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를 대폭 넓힌 개정안을 준비했다"며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의 낙태죄 폐지 법안은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으로, 20대 국회 들어 낙태죄 폐지 법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 형법 개정안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269조 1항을 삭제하는 게 골자다. 또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기존 270조 1항도 빠진다. 다만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부동의 낙태)'해 상해를 입힌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을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사망하게 한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을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각각 처벌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의사 등의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신 12주 이후에는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하게 해치는 경우' 등 현행 모자보건법이 제시한 낙태 수술의 허용 한계를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등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수정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할 예정이다. 또 낙태시 '배우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부분도 삭제한다.
 
그간 낙태죄 폐지 논의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정당들도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법 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관들이 심사숙고 끝에 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깊이 존중하며, 국회는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반되게 존재하는 견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라며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 작업을 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되는 바 사회적 합의와 판단을 모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주어졌다"며 "성숙한 논쟁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된 시민 의식에 걸맞은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평화당도 "낙태죄 폐지는 낙태에 가하는 사법적 단죄를 멈추라는 요구로서 타당하다"며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전제 아래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으므로 새로운 법 개정에 최선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전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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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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