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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매각 '버티기'…아시아나항공 25일 '신용 위기' 고비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 소멸 위기…SK·신세계·애경 등 인수 후보 거론
2019-04-14 20:00:00 2019-04-14 20: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11일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계획에 대해 사실상 '퇴짜'를 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한층 심화하는 형국이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오는 25일 이전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무등급 트리거(조기상환)'을 막지 않으면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사라져 최악의 경우 파산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4일 항공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됐다'고 한 언론의 보도가 나간 뒤 긴장감 속에서 주말을 보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통화에서 "지난주 금요일에 KDB산업은행과 만나 자구안 수정과 관련해 논의를 했다"며 "내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아직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한 언론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12일 오전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즉각 "KDB산업은행과 자구안 수정 관련된 추가 논의를 한 바 있지만, 매각과 관련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됐거나 결정된 것이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호아시아나의 자구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다음 날 금호아시아나 측이 산업은행을 방문하면서 매각 결정으로 와전됐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매각과 관련해 말을 아끼며 채권단과 성실하게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한 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과 성실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주 안에 자구 계획을 다시 제출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지금으로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장과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번주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 전에 새로운 채권 발행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룹과 회사의 명운이 갈리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매겨진 새로운 회사채가 발행되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사라지고, 자산유동화증권(ABS) 조기상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할 ABS는 3월 말 기준 1조988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선 채권단이 적어도 오는 20일 전후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자구안을 수용해야 신용평가 업체들도 신용 평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재계와 시장에선 벌써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잠재 인수 후보로 SK그룹과 신세계·CJ·애경그룹 등을 꼽는다. SK는 지난해 최규남 제주항공 전 대표를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고 조양호 회장 빈소에서 인수설과 관련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금호아시아나와 협력관계인 신세계는 서비스업에서의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은 저비용항공사(LCC)에서 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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