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부산이냐고요?"…설도권 대표가 '드림씨어터'를 만든 이유
입력 : 2019-04-22 02:19:51 수정 : 2019-04-22 02:20:03
[부산=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서울의 경우 뮤지컬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반면 경남권에서는 관객들이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었어요. 아주 심각한 갈증이 오랫동안 쌓여왔던 거죠."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겸 클립서비스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금제금융센터(BIFC)에 위치한 드림씨어터에서 공동 인터뷰를 갖고 "드림씨어터의 필요성에 대해 아주 오래 고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겸 클립서비스 대표). 사진/드림씨어터
 
설 대표가 개관을 주도한 드림씨어터는 문을 연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부산 지역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다. 여기에 국내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까지 차지했다. 실제 드림씨어터가 수용할 수 있는 관객수는 1727명.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극장이다. 더욱이 개관작은 대구와 서울에서 이미 흥행 가도를 달린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이미 이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 자체가 드림씨어터의 홍보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라이온 킹'의 마지막 공연 도시를 부산으로 계획했을 당시에는 6주 공연으로 잡았어요. 그런데 사전 티켓오픈을 두 번 진행한 상황에서 80% 이상이 매진된 겁니다. 부산 이외 지역 관객들이 마지막 공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이 예매했기 때문이죠. 부산·경남권 관객을 위해 협의를 거쳐 공연을 한 주 연장했는데, 어쩌면 '라이온 킹'의 성공이 부산과 경남권의 뮤지컬 부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드림씨어터를 만드는 과정이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설 대표가 뮤지컬 전용 극장을 처음 구상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부산에 뮤지컬 극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들은 대다수는 '왜 부산이냐'는 의문어린 시선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뮤지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설 대표에게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과거 '오페라의 유령'을 수도권에서 처음 선보여 흥행한 것이나, '캣츠'와 '위키드'를 대구에서 공연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처럼 부산 또한 잠재력이 충분한 시장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부산, 경남권 관객층을 확장시키는 것이 드림씨어터의 첫 번째 역할이죠."
 
특히 설 대표는 공연장을 보유할 경우 공연산업의 '배급'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우리가 배급을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제작사들이 원하는 날짜에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어 '대관 전쟁'을 한다. 결국 제작사가 원하는 콘텐츠를 적재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에만 국한한다면 공연장은 이미 많지만, 뮤지컬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공연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라이온 킹'의 국내 투어도 드림씨어터의 개관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라이온 킹'이 한국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20주 이상 공연을 확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정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당시 서울에는 부재했어요. 서울과 대구, 부산을 섞어 공연 스케줄을 조정했는데, 부산 공연장이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 공연을 확정하고 개런티부터 지불한 거죠." 만약 시간 내에 공연장이 완공되지 않았다면 제작사인 디즈니 측에  85억원을 손해배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비단 '라이온 킹'이 아니더라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킬러 콘텐츠를 한국 시장에 들여오려면 기본적인 공연 기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설 대표가 서울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지역에서 뮤지컬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브로드웨이 제작사도 많습니다. 엄청난 수요가 있지 않은 한,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반면 호주 시장은 인구 2000만명이 조금 넘는데도 이미 4대 시장으로 자리잡았어요. 앞으로 한국 시장을 볼륨업하는 것이 국내 뮤지컬 산업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드림씨어터가 큰 역할을 할 거고요." 
 
그가 내세우는 드림씨어터의 장점은 '좋은 음향'과 '좋은 시야', 마지막으로 '제작 스태프의 만족도'다. "첫 번째로 1700석 모든 좌석에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장을 지향했습니다.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는 칭찬을 받고 있고요. 두 번째로 3층 구석진 자리에 앉아도 공연을 관람할 때 좋은 시야를 확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세 번째로 관객들은 잘 못 느끼고 지나가는 부분이겠지만, 무대를 만드는 스태프들이 만족하는 공연장입니다. 공연장의 구조적인 매커니즘을 많이 고민했는데요. 기술 스태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네요." 
 
드림씨어터의 단기 목표는 연간 200회의 공연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어 5년 안에 연간 350회 이상 공연을 달성해, 서울 대극장들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한 킬러 콘텐츠도 이미 계획 중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와 같이 부산 관객들이 접한 적 없는 흥행작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언젠가 서울을 건너뛰고 부산에서만 공연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호주에는 시드니를 포기하고 멜버른만 공연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드림씨어터도 부산 공연만 올려 일본, 중국 관객이 보러 오게 만드는 '아시아 네트워크 플랫폼'이 되는 게 2030년의 꿈입니다. 한 번 같이 지켜봐 주세요." 
 
사진/드림씨어터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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