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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은 그만, 버려야 산다”…재계 ‘포기 경영’ 확산
2019-04-29 00:00:00 2019-04-29 0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삼성에서부터 시작된 사업 부문 구조조정이 현대자동차와 LG 등 재계 전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포기경영’이라 부르는 최근의 추세는 재계 오너 3~4세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14년부터 경영을 떠맡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이 그룹 차원의 사업부문 통합·계열사 매각 작업을 어느정도 완료한 가운데 올해 또 다시 중 규모의 구조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LG도 구광모 회장 취임 첫해부터 수처리 관련 자회사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자회사 엘지히타치솔루션의 매각 추진에 이어 스마트폰 국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기아차의 중국사업 시작을 알린 1공장들을 가동 중단을 결정 또는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장들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모양새다.
 
코오롱그룹도 이웅열 회장 퇴진 후 첫해를 맞이하면서 뿌리사업인 나일론 원사 사업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구조조정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기경영’의 범위는 중견 그룹들에게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월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2020년대의 시작을 앞두고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의 일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창업주와 선친 오너들이 오랜 애착을 갖고 키워오느라 차마 자르지 못했던 뿌리사업과 비주력사업을 새로 등극한 오너들이 관계를 끊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S 교수는 저서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서 경험의 함정을 언급했다. 그는 “경험을 통해 터득한 법칙은 그것이 성립되었을 때의 조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면 오히려 짐이 된다”고 강조했다.사람이건 기업이건 오래될수록 경험이 풍부할수록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노력’은 위기 상황이 아닌 한 실패로 끝난다는 것이다. 저성장 불황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과거의 미련에 얽매였다가는 다가올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오너 3~4세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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