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폐성 장애 환자 치료 위한 감호시설 필요"
"국내 자폐장애 프로그램 없지만, 법원 법률 따라 판결"
입력 : 2019-05-23 18:56:48 수정 : 2019-05-23 18:56:48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이 자폐성 장애 환자에게 치료감호를 명하면서 현재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기관이 없다며 정부·국회에 치료감호법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상해·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중증도 자폐성 장애가 있는 20대 남성 A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조현병 증세와 강박장애가 있는 A씨는 자폐성 장애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유 없이 4세 여자아이를 때리고 아이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A씨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을 5대2로 배척하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벌금 100만원 및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현행 치료감호법상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을 것',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것'이라는 이 세 가지 규정을 충족하면 법원이 치료감호를 선고하는데 A씨는 이번에 법정형이 징역 7년 이하인 상해죄를 저질렀고 이전에도 치료감호가 청구된 경험이 있어 1·3번째 요건을 충족했다.
 
항소심에서는 2번째 요건인 'A씨가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현행 치료감호제도는 심신장애나 알코올중독 등이 있는 상태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로서 특수한 교육·개선·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국내 유일한 공주 치료감호소의 경우 약물복용 외 자폐장애를 위한 언어치료·심리치료 과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고 특수재활치료 과정도 없어 문제가 됐다.
 
이에 A씨 가족은 A씨를 치료감호소에 수용하면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증상이 악화할 것이므로, 다른 시설에 입소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탄원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자폐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전문적·체계적 시설 및 프로그램이 현재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치료감호의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법원은 법률에 따라 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고, 적정한 치료감호시설의 설립·운영은 국회의 입법, 정부의 집행에 따라 이뤄지는 판결의 집행 과정에 해당한다"고 치료감호를 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판결 집행을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에 대해 치료감호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하는 치료감호시설을 설립·운영함으로써 판결의 적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조현병 환자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으나 이들에게 형벌을 부과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며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실태를 내실 있게 함으로써 재범방지와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번 판결은 법원으로서는 현행법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밖에 없으나, 치료감호를 포함해 현행 교정교화정책 전반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기대하고 촉구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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