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커피는 본래 소박한 음료
입력 : 2019-05-28 06:00:00 수정 : 2019-05-28 06:00:00
커피만큼 사랑을 받는 음료도 없다. 특유의 고소한 향 때문인지 몰라도 예술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커피를 많이 마신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길거리의 커피숍만 봐도 알 수 있다. 커피에 빵 또는 케이크를 곁들이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서구 스타일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어서일까. 그러나 커피는 놀랍게도 서구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탄생했다.
 
커피나무 연구자료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는 선사시대 에티오피아에서 자랐다. 카파 지방의 오로모인(Oromo) 조상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식자재로 이용했다. 6세기 들어 예멘의 모카항, 그리고 그리스로 전파됐다. 13세기 에티오피아의 서남부 농민들은 아즈텍인들이 먹는 카카오처럼 커피콩을 볶아 사발에 찧어 약용 향신료로 사용했다.
 
커피가 널리 전파된 것은 12·13세기의 일이다. 이 시기 예멘에서 술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커피의 의미는 ‘강장제’로 15세기 무슬림들이 메카를 성지순례하며 페르시아 커피를 가져왔고, 장기를 두거나 트리트랙(주사위놀이)을 할 때 시를 읊으며 마시곤 했다.
 
커피가 유럽에 도착한 것은 1600년쯤 베네치아 상인들에 의해서다. 1615년 베니스에서는 정기적으로 커피를 마셨다. 1650년쯤 영국에 도착했고, 옥스퍼드와 런던에 카페가 생겼다. 카페는 철학자, 지식인들이 자주 만나 자유사상을 교환하는 장소가 됐고 영국 왕 찰스 2세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카페 폐쇄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프랑스에는 17세기 중반 마르세유 도매상인 피에르 들 라 로크(Pierre de La Roque)가 커피를 들여왔고, 1672년 한 아르메니아인이 파리 퐁 네프 근처에 파스칼(Pascal) 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그 후 벨기에 등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커피는 낭만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유럽 역학저널(European Journal of Epidemiology)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를 하루 두 번 마신 사람이 2년 더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하루 두 잔에서 네 잔 마시는 사람은 사망률이 줄어든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암의 성장이나 암으로 사망할 위험, 심혈관 질환, 당뇨병, 호흡기병을 줄여준다. 이 연구는 노화, 비만, 사망과 관계된 생활방식과 같은 주제들을 다양한 그룹으로 나누어 커피와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를 검증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더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았다.
 
물론 수명과 커피 소비 간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내과의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기존연구를 보면 하루 세 잔의 커피는 인간에게 에너지를 주고 수명을 몇 년 연장시켜 준다. IARC(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국제 암 연구기관)의 마크 건터(Marc Gunter) 박사는 지난 14일 스카이뉴스에서 “커피를 많이 마신 사람의 사망 위험이 보다 낮고 특히 혈액순환 질환과 소화기 질환의 경우 더욱 그렇다”며 “중요한 사실은 커피 소비 습관에 관한 이 결과가 유럽 10개국에서 유사했다는 점이다. 우리 연구는 건강과 커피가 관계가 있다는 잠재적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일까. 시중 커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오죽하면 ‘커피 값이 점심값이나 마찬가지’ ‘사악한 커피 값’ 등 볼멘소리들이 줄을 잇고 있을까. 왜 이렇게 커피 값이 비싸야 하는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음료라면 값이 저렴해야 하지 않겠는가. 프랜차이즈 커피는 한 잔에 보통 5000원을 넘나든다.
 
그러나 커피 한 잔의 원가는 0.1유로(한화 약 133원) 정도에 불과하고 원두 1킬로그램(kg)으로 145잔을 만든다고 한다. 스타박스에서 사용하는 쓴 맛이 많은 커피 원두는 르완다 산의 블루 부르봉(Blue bourbon)으로 1kg에 42.5유로(한화 5만6500원)라고 한다. 시중의 커피가 얼마나 비싼지 각자 계산해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까지는 그 안에 포함된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커피 한 잔에 5000원은 너무한 것 아닌가.
 
지금 프랑스에서 커피 한 잔은 평균 1.40유로(한화 1800원)지만 최고 14유로인 곳도 있다. 1960년대 에스프레소 한잔에 5프랑으로 1유로가 채 되지 않았는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커피가 일상의 음료가 된 지금 그렇게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우리는 따져봐야 한다. 본래 에티오피아의 서남부 농민들은 커피콩을 볶아 사발에 찧어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가. 커피 애호가들은 너무 세련되고 비싼 프랜차이즈보다 스스로 만든 검소한 커피를 자주 마셔보라.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일은 지금 같은 불경기에 가계소득에도, 명상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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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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