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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생활유물 1100점…‘생활사박물관’에 다 있네
26일부터 임시개관, 방치된 북부지방법원 건물 도시재생해
2019-07-25 11:15:00 2019-07-25 11:15: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수년간 방치됐던 옛 북부지방법원 건물이 한국전쟁 이후 생활유물을 담은 서울생활사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는 노원구 옛 북부지방법원(노원구 동일로 174길 27) 자리에 오는 9월 서울생활사박물관을 정식 개관을 앞두고 오는 26일부터 임시개관한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는 임시개관 기간 동안 시설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관람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정식개관 전까지 보완사항을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노원구에 있던 북부 법조단지가 이전하면서 2010년부터 쓰임 없이 방치돼있던 옛 북부지방법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철거·신축 대신 도시재생 방식으로 옛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서울 동북권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침체됐던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박물관 도시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총 3개 동에 걸쳐 연면적 6919㎡ 규모로 조성됐다. △생활사전시실 △어린이체험실 옴팡놀이터 △구치감전시실 △교육실 등으로 구성됐으며, 임시개관 기간에는 이 가운데 생활사전시실과 어린이체험실 옴팡놀이터 2개 실을 개방해 정식개관과 동일한 콘텐츠로 관람객을 맞는다. 
 
생활사전시실은 서울을 생활권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시민 85명의 생생한 인터뷰와 56명의 기증자가 제공한 생활유물이 소개된다. 서울의 변화 모습을 시대별 사진과 영상자료로 보여주는 개괄전시 ‘서울풍경’과 서울사람들에 대한 전시공간인 ‘서울살이’, 서울사람들의 일상 변화에 대해 소개하는 ‘서울의 꿈’을 주제로 한다.
 
서울풍경은 한국전쟁 직후, 폐허와 재건이 혼재했던 1950년대 서울의 모습과 1960-1980년대 발전을 거듭하는 서울의 모습을 유명 사진작가들의 사진으로 소개한다. 그 시절을 대표하는 국산 자동차 ‘브리샤 자가용’과 ‘포니택시’가 실물로 전시되고, 1950~1990년대 남산에서 본 서울의 전경 파노라마 영상을 통해 눈부신 서울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서울살이는 서울토박이가 기증한 족보, 양반가의 호적등본이라 할 수 있는 ‘준호구’, 오늘날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호패, 1970-1980년대 중요한 혼수였던 재봉틀과 성혼선언문 역할을 하던 ‘고천문’, 1950-80년대 시기별 웨딩드레스 행렬 등 시민이 직접 기증한 다양한 생활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 가족계획 홍보 포스터와 부모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우량아 선발대회 관련 자료 등 출생과 육아에 관련된 전시도 진행된다.
 
서울의 꿈은 서울의 주거문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입시제도, 교육, 생업 현장 등을 만날 수 있다. 그 시절 겨울나기의 필수품 연탄 이야기와 한 반에 80명씩 2부제 수업을 들으면서 치열한 중학교 입시를 치러야했던 시절의 교과서, 중학교 학교배정에 사용했던 추첨기(일명 뺑뺑이) 실물 등이 전시된다.
 
어린이체험실 옴팡놀이터는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주요 대상으로 한 어린이 전용 체험실이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개미 이야기와 만지고 듣고 냄새를 맡는 감각체험형 놀이를 결합해 몸을 많이 움직이며 생활놀이와 오감학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우리동네 자연탐구’를 주제로 아이들이 개미가 돼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어보고, 보호색 망토를 두르고 풀잎 속에 숨어보고오목볼록 거울방에서 곤충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체험을 한다.
 
‘아주 특별한 우리동네 놀이터’는 1층에 거미가 쳐놓은 거미줄 같은 그물망을 기어서 2층으로 올라가면 이어지는 공간이다. 경원선·경춘선 경유지로 산업자재 공장들이 있었던 이 지역의 옛 이야기를 대형 연탄 모양의 공간에서 들을 수 있다. 대형 모자 조형물 속에 머리를 넣으면 성북소방서의 소방관, 도봉경찰서의 경찰관 같이 이 지역의 다양한 직업을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마련된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임시개관 기간 중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17시 문을 열며, 입장료는 무료다. 단체관람을 예약하면 해설사의 전시설명도 들을 수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어른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는 추억여행을, 젊은 층에게는 빈티지 서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라고 말했다.
 
26일부터 임시개관하는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브리샤 승용차와 포니 택시.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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