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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민 "아베의 일본, 한국이 따라잡고 추월하자 수출규제"
“안보는 미국, 교역은 중국 의존…한국, 미중 갈등에 큰 타격"
2019-08-08 16:19:19 2019-08-08 16:19:1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은 8일 일본의 최근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의 원인이 한국의 급속한 발전을 경계하고 저지하려는 의도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의장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 때문에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빨리 편승함으로써 지금까지 개도국 중에서 선진국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며 "그렇게 된 데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일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일본 당국자는 한일 간에 수직 분업체제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그 후에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부의장은 "일본은 스스로 자유무역 질서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그것은 일본 당국자들 관점에서 볼 때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보면 지금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은 바로 그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부의장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 10년 이상 대침체가 진행되면서 경제성장은 침체하고 세계화 추세는 역전됐다"면서 "대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국중심주의가 각국에서 만연함으로써 국제공조가 무너지게 됐다"고 최근 세계 정치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다 미국 헤게모니(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 문제가 겹쳤다"면서 "중국은 과거 소련, 일본, 유럽연합(EU)와 같은 도전자 내지 잠재적 도전자들에 비해서 훨씬 강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냉전 종식 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은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그 결과 한국은 안보는 미국, 교역은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구도에서 지금 한국은 주요국 중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부터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이런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대응책이 필요할 것이고, 아마도 정치 쪽에서 큰 해결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먼저 경제 쪽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쪽의 대책은 통상전략, 산업 정책, 거시경제 정책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면한 문제의 연원이 통상 문제인 만큼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통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면서 더 장기적인 과제인 산업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경기 하강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 거시경제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이제민 부의장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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