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세상읽기)아마존을 지키자
입력 : 2019-08-30 06:00:00 수정 : 2019-08-30 06:00:00
지난 4월4일 저녁 7시17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산불이 일어났다. 이미 사흘째 건조 특보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이때 초속 26미터 또는 시속 96킬로미터의 태풍급 강풍이 불었다. 불은 강풍을 타고 30분 만에 속초까지 퍼졌다. 자정이 되기 전에 강릉까지 번졌고 다시 한 시간 만에 동해시에 다다랐다. 한밤중이니 소방헬기가 출동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강원도 숲에는 소나무가 많이 자란다. 송진을 품고 있는 소나무는 마치 땔감 같았다. 국가 재난이 발생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는 비로소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가 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가 재난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작동했다.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관들과 현지 군인과 공무원, 시민이 마치 잘 조정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화재를 진압했다. 구호품은 이재민들에게 적절히 분배되었고, 복구작업과 이재민을 위한 구호사업은 순조로웠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은 우리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별 일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산불이 아무리 크게 난다고 해도 전 세계 기후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산소 생산량에도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불만 국지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불타고 있는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중부 아프리카의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8월22일과 23일 이틀 동안에만 모두 9487건의 산불이 관측됐다. 건수가 많다는 것은 규모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거의 모든 산불은 초목을 베어내고 불을 질러 토지를 개간하는 화전농법을 적용하는 농부들이 일부러 낸 것이다. 쉽게 얻은 농토는 쉽게 버리는 법이다. 화전은 금방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인근 지역의 다른 땅에 또 불을 지른다. 화전은 산림을 파괴하고 토양을 침식시키며 생물다양성을 해친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 나라만의 일이다.
 
하지만 큰 산불이 시베리아 툰드라 숲이나 아마존 밀림에서 일어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내게 닥친 사건이 된다. 시베리아가 6월부터 불타고 있다. 이미 남한 면적의 절반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다. 8월 한 달 동안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우리나라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영구동토에는 얼어있는 메탄이 매장되어 있다. 화재로 인해 메탄가스가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다. 
 
더 큰 문제는 브라질이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4주 넘게 불에 타고 있다. 야간 위성사진으로 보면 브라질 내륙은 이미 불야성이다. 반대로 산불이 난 곳에서 27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상파울루에는 대낮에도 가로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아마존에서 날아온 연기가 햇빛을 가로막아 한낮에도 어둑어둑하기 때문이다. 빗물도 시커먼 잿물이 되어 내린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말 그대로 습도가 높아서 산불이 잦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에만 7만 30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작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발생건수가 네 배나 늘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첫 번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미국 해양대기국에 따르면 지난 7월의 평균기온이 16.75도로 20세기 7월 평균 기온보다 무려 0.95도나 높았다.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 기록은 매년 갱신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아마존 열대우림도 건조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만 설명하기에는 아마존 산불의 회수와 규모가 너무 크다. 그리고 발생 장소가 심상치 않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은 새롭게 벌채되는 곳이나 건조 정도가 심하지 않은 곳에 집중되어 있다. 대규모 농업자본이나 광산자본이 소유한 숲에서 특히 산불이 잦고 규모가 크다는 점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산불의 60퍼센트 이상이 얼마 되지 않는 사유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브라질의 거대한 열대우림은 단지 브라질만의 숲이 아니다. 개발 잠재지역이 아니다. 세계의 허파다. 화재 진압을 위해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G7 국가들의 제안을 브라질의 정부는 여태 거부하다 지난 28일에야 조건부로 수용했다. 뒤늦게 화재진압에 군대를 파견하기는 했지만 산불 진압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아마존 개발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는 보우소나루 정부가 문제다. 유엔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유엔군을 파견해서라도 산불을 꺼야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사용권을 브라질 정부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아마존을 지키자. 숨은 쉬어야 할 것 아닌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penguin1004@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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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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