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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통혁명)①경계 무너진 온·오프라인 출혈경쟁
과당 경쟁에 신용등급 하락…"가격 낮춰도 수요 부족"
2019-09-08 12:51:02 2019-09-08 13:08:38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온·오프라인 유통가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위기감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대형할인점 등이 이커머스 할인 마케팅에 맞불을 놓으며 적자가 커지고 있다. 출혈 경쟁이 과열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혁신이 저해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대형마트 매장 내 모습. 사진/뉴시스
 
8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위주로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바뀌면서 유통 구조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개인 신용카드의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사용 금액은 일평균 24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편의점 및 마트 등의 오프라인 '종합소매' 판매 금액(2203억원)을 뛰어 넘은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공하는 '7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업체의 매출은 5.6% 감소했다. 유통업체별로는 대형마트 -13.3% 백화점 -4.0%, 기업형슈퍼마켓 -2.7%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기존의 전통 유통업체가 갖고 있는 오프라인 물류망, 점포에 소요되는 비용을 파괴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 배송 혁신으로 편리함도 갖췄다.
 
다만 다양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시장을 넓히면서 과도한 저가 마케팅으로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올초부터 이커머스 성장의 위기감을 느끼고 저가 마케팅에 주력한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할인 마케팅'이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 '국민가격', 롯데마트 '품격(품질+가격), 홈플러스 '쇼핑하라 2019' 등 마트 3사는 각종 신선식품을 비롯한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가 중심이 되면서 대형마트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가 매입 구조를 혁신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트 3사의 저가 마케팅은 고객들의 관심을 높였지만 수익성은 열악하다.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이마트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6% 감소했다. 롯데쇼핑 할인점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롯데마트는 기존 점포의 매출 부진과 판매관리비 증가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마트 3사는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올해 3월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변경했고,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30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낮췄다. 또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14일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또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도 지난 5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한신평은 "온라인 침투 확대, 저출산, 소량구매로의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대형 할인점의 업태 매력도가 과거 대비 저하됐다"라며 "할인점의 약화된 실적은 연결 전체 수익성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적자가 지속된다. 다수는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특가샵, 타임 커머스 등 할인 마케팅을 대안으로 세웠지만 반전이 어렵다. 위메프는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6.4% 감소했지만 390억원의 적자를 봤으며, 티몬은 지난해 1254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쿠팡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1조9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3조원에 달한다, 
 
이에 위메프와 티몬은 신선식품 전담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직매입 비중을 줄였다. 대신 위메프는 최근 초저가 상품을 모은 '100원특가샵'을 선보이거나, 특정 시간에 큰 폭의 할인율로 제품을 판매하는 '오씩딜' 등의 타임딜로 가격 주도권을 강화했다. 티몬도 타임 커머스를 강화하는 등 중개 사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유통업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의 구매력을 높이는 게 가격인 만큼, 출혈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저성장 국면도 초저가 마케팅을 부추기는 요소다. 이 같은 저가 마케팅이 상시화될 경우 저가형 제품 위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유통업체가 혁신 투자를 기피할 것이란 부작용이 우려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상황이라 마이너스 물가 시대가 되고 있다"라며 "가격을 낮춰도 수요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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