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초역에 검찰개혁의 '레논벽'을 만들자
입력 : 2019-10-10 06:00:00 수정 : 2019-10-10 06:00:00
임채원 경희대 교수
제2의 촛불혁명이 시작되었다. 지난 9월28일 서초동에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서 검찰개혁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이 계기를 제공했지만, 2016년 촛불혁명 이후 3년 만에 다시 촛불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장대한 사람들의 물결이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 주최측조차 얼마나 많은 시민이 참여할 지 가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언론은 10만명의 시민들이 나오는 것이 정국의 흐름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을 했다. 그러나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100만명 이상의 촛불시민들이 장대한 역사의 파노라마를 다시 한 번 펼쳤다.
 
사실 촛불혁명의 역사적 과제를 위임받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제시했지만, 그 동안 개혁입법들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실패해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첫 번째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은 여전히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제도권 정치가 할 수 있는 검찰개혁은 정부 내부에서는 법무부와 경찰청, 그리고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합의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최소한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법무장관과 경찰청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청와대 정무수석은 검·경수사권조정안에 합의했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이를 기초로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내부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패스트트랙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제도권 정치는 검찰개혁이라는 과제에 대해 아직도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는 국회 등 제도권 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질 때 광장으로 시민들이 나서서 직접 행동으로 옮기면서 개혁과제들이 조금씩 진전해 왔다. 2016년 촛불혁명은 광장의 시민행동이 직접적으로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 제도권 정치를 견인한 모범적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당면한 제도개혁의 과제를 국회가 해결하지 못하자, 다시 시민들이 서초동에 촛불을 들고 모인 것이다. 지난 2016년 촛불혁명이 거의 매주 토요일 23차례 동안 열렸듯, 이번 서초동 촛불집회가 얼마나 계속될 지는 알 수 없다. 이 촛불집회가 검찰개혁의 분수령을 만들어 낼 때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한국 정치의 흐름이 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시민적 공화주의(Civic Republicanism)로 매번 진화해 왔다. 이번 서초동 촛불집회에서는 또 하나의 정치문화의 진전으로 '서초역에 검찰개혁 레논벽'을 만들 수 있다. 촛불집회에 나오는 시민들이 각자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한 소망과 염원을 담아서 포스트잇으로 서초역에 거대한 시대의 벽화를 남길 수 있다. 매주 토요일 한 차례 집회를 하는 것을 넘어서, 그 순간의 기억들이 서초역에 가득찬 포스트잇이나 다양한 벽화들로 채워질 수 있다. 토요일 집회의 순간이 멈춰 서초역에 시대의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다.
 
홍콩 타이포(Tai Po) 지역의 지하도는 레논벽(Lennon Wall)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홍콩의 중심가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이 레논벽은 지금 홍콩시위를 상징하고 있다. 2014년 우산혁명에서 시작된 레논벽은 홍콩 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중심가인 애드미럴티역 근처 레논벽은 포스트잇으로 홍콩인들의 소망이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우산혁명이 잦아들자 시 정부가 이 지역 레논벽을 쓰레기 청소하듯이 지워버렸다. 도심에서 벗어난 타이포 지역의 레논벽은 어느 새 홍콩 사람들에게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홍콩의 정신이 되었다. 홍콩사람들은 존 레논의 노랫말처럼 '나는 꿈꾸는 사람(I am a dreamer)'이 되어 타이포 지역 레논벽에 홍콩의 희망과 미래를 담았다.
 
한국 촛불시민들도 매주 토요일 집회가 열리는 서초역에 검찰개혁을 담은 레논벽을 만들어 보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자가 소망하는 '내가 꿈꾸는 나라'를 포스트잇에 담아 한국의 레논벽을 만들어 보자. 서초역 레논벽은 처음 시작은 검찰개혁이지만, 점점 다양하게 촛불시민들이 각자의 염원을 담아내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촛불집회의 순간을 서초역의 벽면에 기억으로 남겨보자. 촛불시민들 각자가 '내 꿈의 나라'를 한 장 한 장의 포스트잇으로 쌓아보자.
 
서초역에 만들어지는 검찰개혁 레논벽은 인권과 자유, 법치, 민주의 가치로 가득찰 것 같다. 그러나 그 가치는 다양한 시민의 살아있는 목소리로 채워질 것 같다. 시민들 각자의 다양성에 기초한 단단한 역사의 벽화를 남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서초역에 검찰개혁의 레논벽을 세워서 21세기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 보자.
 
임채원 경희대 교수(cwli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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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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