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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퍼펙트 스트레인저’, 다시 봐도 ‘흥미+재미+기발’
‘완벽한 타인’ 원작, 이탈리아 감성과 문화 담아 낸 인물들 대화
국내 버전 ‘스릴러+언어 액션’ vs 원작 ‘현실감+블랙코미디’ 비교
2019-10-24 00:00:00 2019-10-2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지난 해 국내 극장가에 괴상한 영화 한 편이 등장한 바 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을 한 공간에 전부 몰아 넣었다. 그들은 탁자 하나를 가운데 두고 만찬을 즐기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다.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들을 법한 일상적인 대화였다. 부부간의 문제, 이성 문제, 신변잡기에 대한 주제 등등. 주고 받는 대화의 리듬감이 탁구를 연상케 했다. 이 영화를 두고 티키타카 액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말맛의 대화, 언어의 액션, 언어 유희 등이 난무했다. 결과적으로 529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이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국내 감성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미 흥행에 성공했고, 워낙 유명한 영화이기에 달리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진 않다. 이 영화의 강점은 크게 몇 가지로 나뉜다. 기존 장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지점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다. 코미디가 주된 감정이지만 스릴러와 액션의 감성까지 갖고 있다. 블랙 코미디로 보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의 소통의 단계를 설명하는 휴대폰이 메인 테마다. 또 하나는 믿음과 신뢰의 문제다. 인간 관계에서 소통의 테마 가운데 가장 중심에 선 감정이다. 세 번째는 비밀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갖고 있는 자신만의 것그것이 바로 비밀이다.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 테마를 관통하는 메인 요소는 바로 관계로 정리가 된다.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통로가 믿음이지만 그 믿음의 이율배반적인 해석을 이 영화는 통렬하게 꿰뚫는다. 이미 완벽한 타인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관계와 소통 그리고 믿음은 각자 자신의 편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폐쇄된 공간 속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감성의 밑바닥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 스틸. 사진/CJ E&M
 
퍼펙트 스트레인저완벽한 타인의 원작답게 등장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톤 앤 매너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국내에선 분명히 낯선 이탈리아 문화의 특성으로 받아 들일 수 있을 듯싶다. 주인공은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과 화목함을 자랑하는 성형외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인 집주인 로코와 에바 부부. 이들이 오랜만에 집들이를 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들을 초대한다. 초대된 친구들의 직업군은 각양각색이다. 택시기사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사업에 더 관심을 보이는 코시모와 그의 아내. 그의 아내는 이번 모임에서 남편의 친구들을 처음 본다. 대기업 임원인 렐레와 그의 아내인 평범한 가정 주부 카를로타. 물론 이들 부부는 말 못할 비밀을 감추고 있다. 모두가 부부 동반 참석을 했지만 홀로 모임에 참석한 체육 교사 페페. 그는 여자 친구와 교제 중이지만 이날만큼은 홀로 참석했다. 이들 친구들은 오래 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올려 놓고 모든 내용을 공유하는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게임을 통해 서로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서로 전혀 몰랐던 내용과 식사 자리의 농담 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물론 그 이후의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흐름 그대로 따라간다.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각자의 이야기, 친하지만 전혀 몰랐던 친구의 비밀과 사생활, 가장 가까워야 할 부부간의 비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 스틸. 사진/CJ E&M
 
완벽한 타인이 긴장의 연속으로 스토리를 끌어 가고 스릴러적인 요소까지 가미한 반면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보다 더 부드러운 톤을 유지한다. 다분히 문화권의 차이에서 오는 대화 주제의 차이점으로 해석하면 된다. ‘완벽한 타인속 반전의 묘미로 작용한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적 차이를 드러내는 장면이 가장 좋은 톤 앤 매너의 차이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타인이 판타지를 통한 만약에 그렇다면이란 기본 설정으로 출발하고 마무리를 지었다면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일상성에 더 집중한다. 이런 점은 현실감을 높이고 공감대를 더욱 상승시킨다. 문화권의 차이가 있지만 퍼펙트 스트레인저속 인물들의 대화 주제가 완벽한 타인보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또한 인물들이 대화의 주제로 각자의 감정 충돌을 일으키며 액션의 감성까지 끌어 온 완벽한 타인에 비해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더욱 가미시키는 것도 다른 시선이다. 물론 국내 버전이나 원작인 퍼펙트 스트레인저모두 인물들의 대화 충돌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최고 압권이자 묘미이며 이 영화 스토리와 구성이 전 세계에서 리메이크 열풍을 불게 만든 이유다.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 스틸. 사진/CJ E&M
 
완벽한 타인을 통해 드러난 긴장감의 묘미는 여전하다. 원작이 담아 낸 진짜 재미는 더욱 강하다.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리메이크 열풍을 불러 일으킬 만했다. 다시 봐도 재미있고, 다시 봐도 흥미롭고, 다시 봐도 기발하다. 24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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