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할머니댁 전축과 아카시아 소풍, ‘타임머신’ 같은 음악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대만·일본 뮤지션들과 ‘아시아 스페셜’
입력 : 2019-11-01 17:27:07 수정 : 2019-11-01 17:27:0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음악은 종종 자아를 떼어 미지의 어딘가로 데려간다. 타임머신과 같은 그것이 가동될 때 우린 시공을 넘나드는 여행자가 된다. 시규어로스 음악을 틀면 긴 눈과 얼음의 시간을 맞닥뜨리듯. 한정된 시간 내 공기를 진동시키는 소리, 즉 음악은 신기루 같은 예술이지만 우린 그 찰나의 순간 몇개의 대륙을 넘고, 태어나기 전 시간들을 상상하며, 경험 못한 세계를 그릴 수 있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서교동 인근에서 이런 경험을 했다. '젊은 지성의 쉼터'란 궁서체 간판이 내걸린 복고풍 음악 펍 '곱창전골'. 문을 열면 70~80년대 롤러장 내지는 음악 다방 같은 전경이 펼쳐졌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LP빠' 스티커, 할머니 댁에서나 보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과 전축, 촌스러운 옛 OB 맥주 로고와 '광장형 호프쎈타' 글귀….
 
70~80년대 롤러장 내지는 음악 다방 같은 전경이 들어온 '곱창전골'.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메인 디제이가 레코드 판을 돌리면 시간은 자꾸만 거꾸로 갔다. 김현철('눈이 오는 날이면')과 산울림('가지마')을 지나 무시무시한 이재민('지난 여름 너무 야릇했었지)'의 뿅뿅 디스코에 닿았다. 툭툭 무심하게 내뱉는 음성과 한참 시대를 앞서간 제목만큼이나 야릇한 가사. 주변에는 젊게는 20대부터 30대 후반까지 정도로 보이는 이들이 하늘거리고 있다. 턴테이블 바늘은 그렇게 30명 남짓의 삶을 툭 떼다 새로운 세계에 데려 놓고 말았다.
 
이날 공연은 이 초반의 복고적이고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구남)가 아시아 뮤지션들과 교류 차원에서 열고 있는 '아시아스페셜'. 2017년과 2018년에 이은 3회 째인 올해는 대만과 일본 뮤지션들을 초청했다. 이날은 지난 8일 열린 대만 가오슝 출신 4인조 밴드 쉘로우 리브에 이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일본 밴드 키세루와 함께 했다.
 
70~80년대 롤러장 내지는 음악 다방 같은 전경이 들어온 '곱창전골'.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저녁 7시 무대에 오른 구남은 트로트스러운 '뽕끼'로 문을 열더니, 이내 특유의 거친 질감 기타와 폭풍 같은 드럼 비트를 섞으며 새 미지의 세계로 관객들을 데려갔다. 당분간 활동을 쉬고 있는 멤버[김나언(건반·베이스), 유주현(드럼)]를 대신한 세션 4명은 꽉 찬 사운드로 공연 모드에 아주 적합했다. 후주 때 휘몰아치는 사운드를 온 몸을 튕겨가며 연주할 때, 단순한 세션이라기 보다 이들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유기적 밴드의 위용을 뿜어댔다.
 
일본 밴드 키세루.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어 무대에 오른 키세루는 가을 소풍 같은 음악을 펼쳐놨다. 츠지무라 타케후미, 츠지무라 토모하루 형제로 구성된 이 팀의 출신지는 교토. 드럼과 기타, 베이스 등 록 기본 편성에 깔끔한 플루트와 색소폰이 섞인 음악은, 맑은 하늘 아래 깨끗하게 정돈된 교토의 어느 동네 골목으로 데려간다. 네 연주자 모두 마이크에 대고 번갈아 넣는 화음에서, 가을 길 맞닥뜨리는 아카시아 향 내음에 관한 기억이 교차 편집됐다.
 
라이브를 듣는 순간 그렇게 시간 여행을 했다. 할머니댁 전축을 떠올리고 아카시아 소풍을 떠나며. 세기에 달하는 시대를 넘고, 동해 건너 마을을 여행하며. 
 
대만·일본 뮤지션들과 ‘아시아 스페셜’을 기획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공연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기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19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서울라이브' 공연 평가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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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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