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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내세운 한국당…민생 외면한 '몰염치' 비난 쏟아져
여야 대치 격화…여론 역풍에 당 안팎 비판 목소리 커져
2019-12-02 15:56:22 2019-12-02 16:28:26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회가 마비되자, 한국당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도를 놓고 "민생을 외면한 '몰염치', '상식 이하의 이기적인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 소수파가 의사 진행을 방해해 특정 법안의 표결을 저지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수단이다. 한국당이 국회를 '올 스톱'을 시켰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필리버스터를 시도한 것은 당 소속 의원 전원(108명)이 4시간씩 무제한 토론에 나설 경우 오는 10일 종료되는 정기 국회까지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8일째 벌였던 황교안 대표의 단식 농성은 지난 28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종료됐지만, 이를 이어갈 전략으로 필리버스터를 구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감행하려 했던 필리버스터는 시간을 버는 수준의 임시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뻔히 보이는 자충수를 두면서 민생 법안의 발목을 잡는 모습만 보였다는 평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와 필리버스터 보장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특히 필리버스터 선언에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되면서 사립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 어린이 교통 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도로 교통법 개정안),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중 일부 법안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원천 봉쇄' 됐다.
 
이로 인한 여야의 극한 대치로 예산안 역시 난항을 겪으면서 5년 연속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위반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은 국회 법에 따라 이날 0시를 기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법정 처리 시한인 2일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하지만, 심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시한 위반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강행 의지를 보이면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협상도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 개혁 법안을 내년 총선 예비 후보 등록일인 이달 17일을 데드 라인으로 잡고 있다. 여야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투트랙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민생 법안 처리 지연은 여당 탓"이라고 주장하며 본회의 개최를 연일 촉구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민식이법'은 처음부터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민식이법 처리를 위해서 29일 밤 늦게까지 본회의장을 지킨 정당은 한국당"이라며 "본회의 개의 요건인 재석 의원 5분의 1 이상을 충족했음에도 '민식이법'을 볼모로 삼고 본회의를 끝내 열지 않은 것은 민주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에 올린 적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여야 4+1 협의체에 맞서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국회 의사과에 신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뉴시스
 
특히 선거제 개혁안·검찰 개혁안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국회법에 따라 보장해야 한다며 기존에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철회하지 않을 전망이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당 내부에서 조차 기습적인 필리버스터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재등장하면서 국민 여론 또한 곱지 않다. 전날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익명의 한 시민은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해체(해산)를 촉구합니다'라는 청원 글을 게재했다.
 
청원인은 "20대 국회는 '일 안하는 국회'라는 수식어가 창피하지 않느냐"며 "오늘도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라는 명목으로 법안을 표결하는 본회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걸핏하면 장외 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 잡기 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이와 함께 올해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기 국회 내 민생 법안을 비롯해 예산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의 기습 필리버스터 시도로 촉발된 국회 마비 사태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기 국회 종료까지 여야가 협상 등을 통해 총력전을 펼치겠지만, 민주당이 의결 정족수를 확보해 밀어 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며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한국당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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