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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재계 자녀 마약 범죄에 줄줄이 '집유'…"엄벌 처해야" 여론 거세
'마약 투약·밀반입' 홍정욱 딸에 집유…SK·현대·CJ 자녀들도 모두 풀려나
2019-12-10 16:36:15 2019-12-10 16:49:05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올해 들어 SK·현대·CJ 등 주요 재벌그룹 자녀들의 '마약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초범이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 이어 홍정욱 딸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는 10일 선고 공판에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정욱 전 의원의 딸 홍모양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홍양에게 장기 징역 5년∼단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홍양은 미국 등지에서 마약류를 3차례 구입한 후 9차례 투약하거나 흡연한 혐의와 지난 9월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대마 카트리지 6개와 변종 마약 LSD 등을 밀반입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미국에서 마약을 매수한 후 사용했고 이를 수입하기까지 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과거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소년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홍양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자택 등지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대마초를 총 26차례 흡연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3세 최모씨와 현대가 3세 정모씨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소했고 이들은 2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남양유업 외손녀인 황하나씨도 수차례에 걸친 필로폰 투약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1심과 2심에서 모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CJ그룹 장남인 이선호씨 역시 지난 9월 대마 젤리, 초콜릿 등 변종대마들을 숨겨 들어온 혐의로 5년을 구형받았지만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석방됐다. 이씨의 경우 현장에서 마약이 적발됐지만 검찰이 입건 후 구속 조치해 '재벌 봐주기' 논란마저 일기도 했다. 
 
 
 
이들의 범죄 행위와 사법기관의 판단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올해 들어 정재계 자녀들의 마약 관련 범죄가 잇따르면서 일반 국민들의 상실감을 키우고 마약에 대한 사회적, 도덕적 잣대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권력층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해 유학생활을 하면서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면서 "관대한 판결이 마약범죄 반복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마약 범죄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우리나라의 마약에 대한 양형기준은 낮지 않은 편이다. 마약의 종류와 상습성 등에 따라 마약류관리법상 투약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밀반입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을 받을 수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처벌 기준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법원은 나이와 상습성 등을 모두 참작해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재계 자녀들이 마약 범죄를 저지르면 일반 국민들의 권력층에 대한 불신 등이 커질 수 있어서 문제"라면서 "해외에서는 마약이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조기 교육을 통해 마약이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만큼 우리나라도 마약에 대한 조기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 범죄는 엄벌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치료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마약 투약 등은 뇌 질환의 하나로 보고 이를 치료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씨는 1,2심에서 모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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