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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기업은행장 '낙하산' 논란 일축…"외부인사 '비토' 불과"
노조 "임명절차 개선 약속 지켜라" 반발…윤 행장 출근저지 장기화 양상
2020-01-14 17:29:13 2020-01-14 17:29:13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둘러싼 '낙하사 인사'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veto·거부)'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행장 출근을 열흘 넘게 저지 중인 기업은행 노조와 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될 양상을 띠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민간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장들까지 인사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해 관치금융이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평을 들었다"면서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므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윤 행장이 취임 12일째가 되도록 노조에 막혀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행장이 전날 경영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그룹별 업무보고 청취에 나서고 있지만  상반기 인사 등 일부 업무에선 차질을 빚고 있다. 윤 행장은 현재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임시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투쟁 장기화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 현장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노조의 반대 이유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자격 미달 인사라면 모르겠으나 그분(윤 행장)은 경제·금융분야에 종사해왔고, (청와대) 경제수석에 IMF 상임이사를 하는 등 경력 면에서 미달되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 분들도 다음에는 내부에서 발탁될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기업은행의 발전, 기업은행이 해야 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의 역할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느냐 관점에서 그 인사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임명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임명절차를 바랬다"면서 "금융노조와 국민과 한 약속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 지분 53.2%를 제외한 46.8% 지분을 외국인을 포함한 일반 주주들이 보유한 상장사"라며 "1961년 아무런 검증 없이 만들어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여전히 법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 시절 이를 개선하겠다던 대통령님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가(라고) 기업은행 노조가 묻고 있으나, 정부나 청와대의 답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당정청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나름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노조를 자극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는 전날 조합원 대토론회를 열고 투쟁에 대한 노조원 간 입장을 살피고 건의사항을 취합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노조가 기대한 것과 정반대의 대답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노조의 윤 행장 출근저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 도중 행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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