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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공포에 물든 우한 폐렴과 부동산
2020-01-30 13:50:11 2020-01-30 13:50:11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라는 뜻의 ‘유비무한’.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중국내 감염자 및 사망자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국내서도 4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한 폐렴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파고 들어온 상태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 착용하고, 건물마다 손 소독제를 비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예방에 적극 힘쓰고 있다. 우한 폐렴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 수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해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고양시 쇼핑몰에서 확진자가 쓰러졌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가짜뉴스로 밝혀졌고, 건대입구서 중국인 확진자가 쓰러졌다는 말이 나왔지만 술에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지상파 방송 화면까지 조작하며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사람들은 우한 폐렴을 이용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 받으려는 왜곡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허위 메시지와 가짜뉴스가 확산하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자라는 것은 우한 폐렴만이 아니다. 우한 폐렴만큼 공포에 휩싸인 곳이 바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다.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영원히 세입자로 살 수밖에 없다는 공포, 집값이 폭등하거나 폭락하지 않을까하는 공포 등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포는 일견 욕망과 맞물려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에 일희일비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이 꿈틀거리는 것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포 심리 때문이다. 우한 폐렴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도 공포를 먹고 자란다.
 
더욱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시행사, 개발사, 분양사, 공인중개사 등등 부동산을 팔이야 먹고 사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동산을 팔기 위해 가격 상승을 무기로 내세운다.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가격 올라도 살 수 없다. 이런 호재가 없다. 지금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거다.’ 등등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건드려 부동산을 판매한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들을 직접 비교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요자 입장에서 이런 말들이 가짜뉴스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포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대비와 혼란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자칫 근거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대비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우한 폐렴을 대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가짜뉴스에 현혹돼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문제다.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착실하게 저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공포에 현혹돼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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