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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하명 수사' 공소사실 반박…"검찰 주관적 추측·예단 범벅"
전직 청와대 관계자 3명 변호인 입장 발표…"검찰 공소장, 의견서 불과"
2020-02-11 11:31:54 2020-02-11 11:31:5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이 11일 "검찰의 공소사실은 검찰의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범벅이 된 '검찰의 의견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며 공소장 내용을 반박했다.
 
백원우 전 비서관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장환석 전 선임행정관 등 3명의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소제기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는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밝혔다.
 
이들 변호인은 "우리 형사소송법제는 '공소장에는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선언하고 있다"며 "공소장일본주의는 공판중심주의, 증거재판주의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은 공소장이 갖춰야 할 법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검찰의 주관적인 의견서에 불과하다"며 "증거로서 증명될 수 있는지조차 의문시되는 경위 사실 등을 장황하게 적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소장에는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통해 대통령이 선거 개입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주려는 표현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며 "공소장은 피고인들의 혐의를 유죄로 입증하고자 법원에 제출하는 공문서이지, 정치 선언문이 아니다. 이 점 심히 우려스럽다"고 부연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지난달 16일 오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관련 선거 개입,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정보화담당관실 전산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경찰청에서 직원들이 출입구를 통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하명 수사 △선거 공약 △경선 후보에 대한 공직 제안 등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변호인들은 피고인 간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른바 '문건'이 작성돼 울산지방경찰청으로 하달된 2017년 10월에서 12월쯤 사이 송병기와 백원우, 백원우·박형철과 황운하, 황운하와 송철호 사이에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공모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 과연 그 증거란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아무리 공모가 암묵적·순차적 공모로 족하다고 해도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고의(범의)를 관련 피고인들 전원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기능적 행위 지배의 일부분을 수행해야 하는데, 지방선거를 6개월~8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그러한 고의를 피고인 전원이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소장이 적시하고 있는 이른바 표적 수사, 하명 수사 지시의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와 관련해 공동피고인 중 황운하 피고인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변소조차 청취하지 않고 제기한 공소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선거 공약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 공소장에서 '송철호 후보 등이 2017년 10월쯤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 전 선임 행정관을 만났다. 장 전 행정관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된 이른바 '산재모병원'에 대한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통과 가능성과 공공병원으로의 공약 수립 방향을 알려 줬다. 송철호 후보 등의 부탁에 따라 장 전 행정관이 예타 결과 발표 연기를 수락했다. 이후 2018년 5월14일 무렵 한병도 등의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에 예타 결과 발표를 지시했다'는 부분도 부정했다.
 
이에 대해 "장환석 전 행정관은 언론 보도와 같이 송철호 후보 등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잠시 만나 울산 지역 현안에 관해 대화를 나눈 사실은 있지만, 검찰 주장과 같이 산재모병원의 예타 통과 가능성이나 그 발표 연기 등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만난 장소 자체가 공개된 장소여서 이러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장환석 전 행정관이 소속된 균형발전비서관실의 주요 업무는 대통령의 지역 공약 관련 사항의 이행 여부나 이행 정도를 점검하는 것이지, 관련 부처에 해당 사항에 관해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기재부에 예타 심사의 진행 경과 등에 관해 담당자와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예타 결과 발표의 연기를 지시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란 제목의 저서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고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둘러싼 자신의 생각 등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선 후보 공직 제안과 관련해 "송철호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병도 당시 정무비서관 등을 통해 임동호 후보에게 원하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도록 해 임동호 후보가 울산 후보 당내 경선에 나가지 않게 하는 선거 전략을 수립했다"고 적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공소장의 사실관계부터가 실제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맞섰다.
 
변호인은 "한병도 전 수석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후보뿐만 아니라 송철호 후보 관련 다른 캠프 관계자 누구도 전혀 알지 못했고, 접촉한 사실 또한 없다"며 "한 전 수석은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후보에 대해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였고, 실제로 송철호 후보를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17개 시도를 순회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날 입장 발표에 대해 "이번 공소사실에 대한 공론의 장에서의 논의를 지켜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 법정에서의 변론을 준비하는 외에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 왔지만, 탄핵 운운의 주장까지 나온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를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변호인들로서는 매우 당혹스럽고 분명히 과도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변호인이 파악하는 '공소사실의 사실적·법리적 문제점'을 설명해 공론의 장에서의 논의가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게 전개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 이번 입장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달 29일 백원우 전 비서관과 한병도 전 수석,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송철호 울산시장,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지난 2017년 9월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를 청탁했고, 황 전 청장은 그해 10월부터 해당 수사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비서관은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비위 정보를 재가공한 범죄첩보서를 그해 11월부터 12월까지 박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 등에 하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28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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