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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흑백판’, 무채색의 미학과 상징성을 느껴라
2020-04-27 09:32:38 2020-04-27 09:32:3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골든글로브 수상에 이어 아시아 영화 최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 흑백판 상영에 앞서 미공개 스틸 15종을 선보이며 ‘기생충: 흑백판’에 대한 무채색 미학적 아름다움을 뽐냈다.
 
 
27일 공개된 스틸은 흑백 대비를 통해 전원백수 가족과 ‘박사장’(이선균)네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극명하게 드러내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먼저 반지하 집 화장실에서 윗집 와이파이를 몰래 사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원백수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와 동생 ‘기정’(박소담). 그리고 반지하 창 밖 골목에서 벌어지는 ‘기택’(송강호)과 ‘기우’, 노상방뇨남 사이 어설픈 난투극을 찍는 ‘기정’의 흑백 스틸은 어려운 형편에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전원백수 가족 상황을 보여준다. 
 
복숭아를 들고 밝은 표정으로 걸어가는 ‘기정’, 박사장과의 면접을 앞두고 멀끔하게 차려 입고 긴장해서 앉아있는 가장 ‘기택’은 이들에게 찾아온 취업의 희망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반면 자력으로 부와 성공을 이룬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네 스틸은 가정을 도맡아 책임지는 아내 ‘연교’(조여정)와 전문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의 손길로 더욱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꿔진 주택 그리고 낮잠을 즐기는 평화로운 정원까지 전원백수 가족들의 공간과 완벽히 대조된다. 동시대에 살고 있으나, 엮일 일 없어 보이는 두 가족의 삶의 모습을 담아낸 흑백 스틸들은 다른 환경만큼이나 다른 두 가족의 삶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기생충’을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상징적으로 전한다.
 
 
한편 부엌에 앉아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박사장’ 부부와 그 얘기를 몰래 엿듣는 ‘기정’의 모습은 공생이 어려워진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두 가족간의 얘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박사장’ 거실에서 몸을 숨기는 전원백수 가족 모습과 계단 아래를 은밀히 내려 보는 ‘기우’의 모습은 뚜렷한 명암대비를 통해 극과 극 두 가족 간에 일어날 예측불허의 만남과 충돌을 예고한다. 공허한 듯 산수경석을 들고 있는 ‘기우’ 모습을 담은 스틸은 흑백 색채와 무미건조한 표정을 통해 그가 처한 암담하고 답답한 현실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기생충’의 복잡 미묘한 여운을 더욱 농도 깊게 전하며 ‘기생충: 흑백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기존 장르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얘기로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기생충’의 진면목을 더욱 강렬하게 보여줄 ‘기생충: 흑백판’은 오는 29일 전국 극장에서 특별 상영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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