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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고지 넘었나 했는데…조원태 회장 '곳곳이 지뢰'
계속되는 3자 연합 공세에 유휴 자산 매각도 난항
2020-05-31 07:30:00 2020-05-31 07:3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3자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어렵게 지켜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앞날에 가시밭이 펼쳐졌다. 조 회장 승리로 끝난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과정에 3자 연합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 매각도 서울시의 개입으로 제값을 못 받을 처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 주총을 거치며 일단락됐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정기 주총에서 패한 후 지분 추가 매입 외엔 잠잠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연합이 다시 공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자 연합 공세·유휴 자산 매각 차질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총 결과 인정 못 해"…법정으로 간 3자 연합
 
법조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한진칼 주총 결의 취소를 주요 내용으로 한 본안 소송을 지난 26일 제기했다.
 
조 회장 우호 지분인 대한항공 자가보험·대한항공사우회가 보유한 지분율 3.7%는 효력이 없고, 당시 제한됐던 반도건설 지분율 3.2%는 인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지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인데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논리다. 반도건설은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투자'가 아닌 '단순 투자'로 잘못 공시했다며 앞서 법원이 여기에 해당하는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다.
 
소송 제기 초기 단계라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잠잠했던 3자 연합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조 회장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3자 연합은 지분율도 계속 늘리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한항공의 정상 경영이 어려워지자 KCGI는 지분 매입을 멈췄는데, 최근 반도건설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이 2.1%가량 지분을 추가로 산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조 회장은 지분 매입 여력이 없을뿐더러, 주총 이후 조력자에 추가 매입을 요청하는 움직임도 보이질 않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8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빙부상 빈소에서 취재진을 만나 3자 연합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 "방법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지원하면서 대한항공 최대주주가 한진칼에서 산은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 조 회장과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린 것은 결국 한진칼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큰 변수를 맞는 셈이다. 
 
대한항공 소유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뉴시스
 
송현동 부지도 제값 못 받을 판
 
이런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한진그룹 소유 송현동 부지 매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서울시가 이 부지를 공원화한다며 매입을 원했는데, 서울시와 한진그룹이 원하는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매입이 결정되기 전부터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을 변경하기 위한 작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울시 계획대로 되면, 올해 안에 이 부지는 문화공원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엄연한 사유지인데 서울시가 마치 자기 땅인 것처럼 나서고 있어 한진그룹도 난처한 상황"이라며 "자금난을 해결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에 나섰는데 이렇게 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이 땅을 5000억원가량에 팔기를 원하는데, 서울시 방안대로 문화공원으로 땅의 용도가 바뀌면 가격은 2000억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서울시가 매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어 다른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이 나섰다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은 서울시 외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냥 가지고 있겠다며 제 값을 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하며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국책은행들로부터 1조2000억원의 지원은 받지만 하반기에 갚아야 하는 빚만 3조원이라 어렵게 경영권을 지켜낸 조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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